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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편백)을 찾다

장흥 억불산 말레 길 - 우드랜드 편백숲에 머물다.

by 마음풍경 2012. 9. 16.

 

억불산 말레 길

 

전남 장흥군 장흥읍 우산리 산20-1

 

 

우드랜드 주차장 ~ 우드랜드 ~ 말레길 ~ 억불산 정상 ~ 며느리 바위 ~ 말레길 ~ 주차장

(약 7km, 3시간)

 

 

전남 장흥군에 있는 우드랜드(http://www.jhwoodland.co.kr/)는 억불산 자락의 편백나무 숲을 활용하여

편백숲 치유 체험장 및 문화목재 체험관, 그리고 숙박 시설 등이 조성된 곳으로

특히 가벼운 종이 옷을 입고 풍욕을 즐기는 비비에코토피아로 많이 알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곳에는 억불산 정상까지 나무 테크 길을 조성하여 가벼운 발걸음으로 억불산 정상을 오를 수 있습니다.

 

 

 

올해 들어 편백나무 숲을 자주 찾게 되는데 오늘도 전남 장흥 땅에 있는 우드랜드 편백숲을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덴빈과 볼라벤 태풍의 피해로 약 700그루 나무가 쓰러져 임시로 문을 닫고 복구 공사중이라고 해서 잠시 난감했는데

맘씨 좋은 매묘소 직원분이 입장료는 받지않고 좋은 풍경만 담고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해서 들어가게 됩니다.

 

나무도 많이  상하고 시설도 망가져서 좋은 기분이 아닐텐데 요금도 받지않고 입장을 허락해주어  무척이나 고맙네요.

하여 그런 고마움을 안고 우드랜드 내부도 구경하고 나무 데크로 조성이 된 말레길도 걸으면서 억불산을 오르려고 합니다.

 

매표소를 지나 데크 길을 따라 오르니 우드랜드 정문이 나옵니다.

이정표들이 여기저기 어수선하게 설치가 되어서 통일되게 정리가 되면 좋겠더군요.

 

오늘 걷는 길이 억불산 명품 테마길인것 같습니다.

물론 편백소금집부터 억불산 정상까지는 말레길이고요.

 

정상 부근의 바위가 기묘해서 마치 억개의 불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억불산이라 이름 했다고 하는데

시원하게 뻣은 우드랜드 편백나무 숲의 멋진 배경이 되어줍니다.

 

상쾌한 편백 나무 내음과 향기로운 꽃 향기를 맡으며 걸으니

몸과 마음이 한순간에 건강해지는 기분입니다.

 

다만 입구에서부터 지난 태풍에 피해를 입은 밑둥이 잘린 나무들이 자주 보여서 마음이 무척이나 안타까워집니다.

 

 그래도 피해를 입지 않은 아늑한 숲을 보니 한편으로는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다른 때 같으면 저 원두막에 누워서 쉬기도 하겠지만 주변에 복구중인 사람들이 있어서 나만 편하게 쉴수는 없네요.

 

과거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이 되었던 '대물' 드라마 촬영지도 봅니다.

눈오는 날 저 흙집에 따근하게 불을 때고 있어도 참 좋을것 같네요.

 

 억불산의 명물인 며느리 바위가 어서 오라고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산책길 주변에 여러 나무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는데 정말 재미나게 이야기를 만들어 놓았더군요.

물론 믿거나 말거나겠지만 길을 걷는 동안 빙그레 미소를 짓게됩니다.

 

사랑의 하트를 움켜쥔 손의 형상처럼 보이는 나무로 만든 조각상입니다.

주변의 한옥 지붕도 바람의 피해를 입었던데 다행히 이 조각상은 태풍의 피해를 입지 않았더군요.

 

우드랜드 내부에는 여러 갈래 길이 많은데 그래도 억불산으로 가는 이정표는 잘되어 있습니다. 

청산도 등 다도해의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어렵겠네요.

 

태풍에 나무가 쓰려저서 나무 데크로 조성된 길이 여기저기 피해가 크더군요.

 

처음에는 말레라는 단어가 외국어인줄 알았는데 대청이라는 순수한 우리 옛말이네요.

저도 개인적으로 한옥에서 대청마루가 가장 맘에 드는데

그곳에 누워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도 듣고 처마지붕 너머 하늘도 처다보면 참 행복해집니다.

 

주변에 설치된 좋은 글과 그림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말레길을 걷습니다.

나중에 복구가 완료되면 쓰러진 나무를 이용해서 이곳에 예쁜 통나무 카페를 하나 만들어도 좋겠네요.

 

그나저나 이곳이 우드랜드 입구보다 개방된 능선이라 그런지 태풍의 피해가 무척이나 크더군요.

하여 좋은 글을 편안한 기분으로 읽을 수만은 없더군요.

 

 그래도 어쩝니까. 지난 일은 지난일이고 자연은 스스로 복원이 되고 성장이 될거라고 위안을 해봅니다.

 

삶도 그렇지만 사랑 또한 후회하지 않아야 할텐데

이 또한 사람의 일인지라 완벽한 사랑이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며느리 손바닥 바위를 만났는데 구체적인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더군요.

억불산 정상 부근에 있는 며느리 바위와 무슨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쓰러진 나무로 인해 상심된 마음이 이처럼 포근한 숲길을 만나니 조금은 치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숲이 병도 주고 약도 주네요. ㅎ

 

비가 와서인지 편백나무의 향기가 더욱 진하게 느껴집니다.

 

숲속 벤치에 앉아 따뜻한 커피도 한잔하니 마음이 더욱 평화로워지고요.

 

무등산에서 자주 보던 너덜겅을 이곳에서도 만났습니다.

 

아늑한 숲을 빠져나오니 시원한 조망이 트이는 길이 이어집니다.

 

비가 와서 조금은 회색빛 풍경이지만 이처럼 아스라한 모습도 참 아름답기만 합니다.

곡식이 익어가는지 들판도 연노란 모습으로 변했네요.

 

나무 테크 길이 아니었으면 비가 오는 산길을 걷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산에서 비오는 조망을 편하게 느껴봅니다.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두팔을 벌리니 마치 한마리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기분이네요.

 

나무도 풀도 모두 비에 젖어 촉촉하고

제 마음 또한 내리는 비에 젖어 함께 촉촉해집니다.

 

바람 위에 서 있었다.

그 바람위에 서 있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미리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육신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울 때 영혼은 비로소 자유를 얻는다.

 

 

신이 인간에서 준 사랑의 감정으로 나는 무엇 무엇을 사랑하는 것인지 생각한다.

흙에서 난 생명이기에 모든 흙에서 난 것들을 사랑해야 한다.

 

                                   <서정윤의 두번째 사랑이 온다면 중에서>

 

 

 비와 친구하며 상념에 빠져 걷다보니 어느새 한참을 올라왔네요.

발아래로 천문과학관이 보입니다.

 

 이제 나무데크를 따라 저 위만 올라서면 억불산 정상이겠지요.

말레 길은 억불산 오른편 능선을 휘돌아 구불 구불 올라가네요.

 

마치 길이 하늘을 향해 나는 활주로처럼 느껴집니다. ㅎ

 

정말 새가 된 기분으로 한걸음에 해발 518미터의 억불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정남진이라 불리는 장흥 시내의 모습도 발아래 펼쳐지고요.

비록 비가 내려서 천관산너머 다도해 풍경 등 시원한 조망은 만날 수 없지만 아스라한 회색빛 풍경도 참 장관입니다.

 

정상에서 맞는 바람 또한 너무나 시원해서 마음도 날아갈듯 하여

마치 한마리 새가 되어 저 멋진 세상을 나는 상상도 해봅니다.

 

주변에서 다가서는 풍경이 한편의 장대하고 멋진 수묵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네요.

 

봄이면 철쭉으로 붉게 물드는 제암산과 사자산이 오늘은 회색 구름속에 가려있습니다.

 

  발아래로는 며느리 바위가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고요.

 

작년 가을에 천관산 등산을 하고 들렀던 상선 약수마을에서 바라본 이 바위의 모습이 특이해서

다음번에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에야 찾게된것 같습니다.

 

전망대를 지나 능선을 넘어오니 주변의 바위 모습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네요.

억불산은 멀리서 보면 평범한 육산처럼 보이는데 봉우리 주변은 바위가 무척이나 많습니다.

 

전망대를 지나 소박한 억불산 정상석이 있는 정상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며느리 바위를 보기위해 정상을 넘어 갑니다.

작년 가을에 천관산 등산을 하고 잠시 들렀던 상선약수마을 이정표가 반갑네요.

(장흥 상선약수마을 숲길 - 억불산 산림욕장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98)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가다 잠시 가파른 길을 내려서니 절벽 아래에 우뚝 서있는 며느리 바위를 만났습니다.

 

이 바위에는 그 이름처럼 애기를 등에 업고 돌이 된 며느리의 전설이 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엄지 손가락 모양으로 보이기도 하네요.

 

웅장하고 멋진 며느리 바위도 보고 운치있는 주변 풍경도 바라보며 이제 하산을 시작합니다.

 

물론 하산길도 조금 전에 올라왔던 편안한 나무데크길이지요.

 

빗방울이 제법 굵어지지만 내려서는 발걸음은 그저 아늑하기만 하네요.

 

다른 등산길이었으면 비가 오면 발걸음이 바빠졌을텐데

오늘은 이 나무 데크길이 있어서 아주 운치있고 여유로운 시간이 됩니다.

 

다만 비에 땅이 젖어서 이 좋은 숲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한적한 이 숲속에 누워서 한잠 자고나면 정말 좋을텐데요.

  

ㅎㅎ 요즘은 편백나무 숲속에 편하게 누워서 잠을 자는게 습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 다른 나무 숲은 그렇지 않은데 편백나무 숲에는 수면제가 있는지 편하게 잠이 들지요.

 

말레길을 바져나와 다시 우드랜드 숙박시설을 지납니다.

이곳은 한옥, 흙집 그리고 나무집 등 다양한 형태의 시설이 있는 것 같네요.

 

가을비 내리는 날에 이처럼 좋은 숲속에 잠시 머무를 수 있어서 참 행복해집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행복은 멀리 있거나 잡을 수 없는 무지개와 같은 것은 아니겠지요.

 

마음 먹기에 따라선 길가에 핀 꽃에도 행복이 있고

촉촉하게 내리는 비에도 행복은 담겨 있으니까요.

 

또한 행복과 불행은 이미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내 스스로 결정하는 선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 거창한 행운을 찾는 것 보다는 주변의 작고 소박한 행복을 많이 찾는 모습이

더욱 값진 삶의 방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에 이곳에 다시 와서 오래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 우드랜드를 빠져나갑니다.

 

다시 주차장으로 오니 동백나무와 팽나무가 하나로 합쳐진듯한 연리목이 서있네요.

 

서로 다른 나무가 껴안고 사랑하듯이 자라는 모습에서 자연의 신비함을 새삼 느껴봅니다.

우리 인간의 모습도 늘 이처럼 사랑의 포옹으로 살아야 할텐데요.

 

비록 비오는 날이었지만 편백나무 숲 향기를 맡으며 걸어본 말레길은 몸과 마음이 촉촉해지는 참 행복한 길이었습니다.

다만 지난번 태풍으로 인해 나무의 피해가 크고 아직 복구 공사가 완료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대형 태풍인 산바가 온다니 무척이나 걱정이 되네요.

하지만 저는 이 숲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더불어 자연 스스로의 치유의 힘를 믿습니다.

이곳 편백숲도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나면 더욱 멋진 치유의 숲으로 재탄생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