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을 떠나보내는 길 -
나뭇가지에서 버림받은 낙엽들이
수북한 연구소 오솔길을 걸으며
더욱 깊어가는 가을의 풍경을
아이폰으로 담아봅니다.
가는 가을이 아쉬워인지
더욱 화려한 만추의 모습이네요.
하여 저도 잠시 모든 것을 잊고
그 가을속에 잠시 머물러봅니다.
가지에 달린 잎보다 땅에서
구르는 잎들이 많을 수록
계절이라는 시계 바늘은
더욱 추운 겨울을 향해 가겠지요.
나무와 잎은 봄에 만나 싹을 틔우고
무성했던 여름을 지나
이제는 헤어져야할
이별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인연의 시작은 만남이지만
그 마지막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별을
피할 수는 없겠지요.
인연의 굴레속에 만남과 헤어짐이
다 자연의 이치인걸 아쉬워도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낙엽은 썩어서 나무에
잎과 싹을 피우는 영양분과 에너지가 되어
다시 새로운 만남으로 탄생하기에
어쩌면 기다림을 간직한
잠시동안의 이별이라고 할까요.
연구소의 '에뜨리에' 정원을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휘돌아 걷습니다.
시간이 되면 자주 찾는 곳이지만
늘 와도 새롭고 반갑기만한 곳이지요.
세상이 늘 빠름~ 빠름~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때로는 분주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쉼'이라는 공간속에 머물고 싶습니다.
여름이면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이 쉬던 정자도
이제 조금 지나면 반겨주는 사람도
없이 쓸쓸하고 추운 시간을 보내겠지요.
제가 연구소에서 가장 좋아하는 길인
솔 향기 가득한 소나무 숲길을 걷습니다.
늘 와도 포근한 양탄자가 깔린 듯
참 정감이 느껴지는 길이지요.
하긴 자연의 품속에서는
곱지 않은 것이 있겠습니까.
저도 늘 자연을 닮고 싶은데
죽을 때까지 그저 어설픈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긴 닮지 못하면 어떻습니까.
그 고운 세상 속에
머물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겠지요.
그나저나 올 가을도 이곳 저곳으로
마음을 옮겨다니며 참 많이 분주했네요.
자연의 길을 따라 '쉼'을 찾아다녔지만
아이러니하게 제 일상의 주변에서
'쉼'을 찾는 것 같습니다.
하여 이제 저도 차분하게
가을을 떠나 보내려 합니다.
물론 영 이별은 아니고 내년에 설레임과
기다림으로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는 이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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