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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보곡산골 산벚꽃길 - 참 고운 봄꽃 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5. 4. 18.

 

보곡산골 산벚꽃길

 

 

충남 금산군 군북면 산안2리(자진뱅이 마을)

 

 

임도길 입구 ~ 보이네요 정자 ~ 산꽃세상 정자 입구 ~ 봄처녀 정자 ~

삼백년 소나무 ~ 자진뱅이골 마을 ~ 임도길 입구

(약 8.5km, 2시간 30분 소요/점심 및 휴식 포함)

 

 

보곡산골은 약 1천만㎡ 규모의 전국 최대 산벚꽃 자생 군락지이며

특히 도심의 벚꽃이 지고 난 후 고운 산벚꽃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충남에서 제일 높은 산인 서대산을 넉넉하게 조망하면서 걷는 편안한 봄꽃 길입니다.

 

 

 

제가 사는 대전뿐만아니라 도심에서는 이제 대부분 벚꽃의 흔적만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여 화사한 산벚꽃을 보기위해 가까운 금산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마을 입구에 임도 들머리가 있어서 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걷기를 시작하네요.

 

첫번째 목표는 이름도 재미있는 '보이네요 정자'입니다.

다만 이곳이 길의 시작이기에 지도 안내판이라도 있으면 좋겠더군요.

 

당초 이곳에 오기전에는 아직 꽃이 피지않았으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산벚꽃은 이미 절정을 향해가고 있더군요.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온난화때문인지 봄꽃들이 과거에 비해 빨리 피는 것 같습니다.

 

길옆으로 피어있는 꽃도 아름답지만 주변 풍광도 봄의 색깔이 물씬합니다.

 

도심에 풍성하게 어우러져 피는 벚꽃과는 다르게

산벚꽃은 소박하면서도 마치 단정한 매화꽃을 보는 느낌이 들지요.

 

걷는 길 뒤로는 충남에서 제일 높은 산인 서대산(904m)이 벚꽃 터널 너머 우뚝합니다.

 

저 산 너머에 그대 있다면

저 산을 넘어가 보기라도 해볼 턴디

저 산 산그늘 속에

느닷없는 산벚꽃은

왠 꽃이다요

 

 

저 물 끝에 그대 있다면

저 물을 따라가보겄는디

저 물은 꽃 보다가 소리 놓치고

저 물소리 저 산허리를 쳐

꽃잎만 하얗게 날리어

흐르는 저기 저 물에 싣네.

 

<김용택 - 산벚꽃>

 

 

이처럼 곱고 아름다운 산벚꽃 터널 길을 걷다보니

문득 생각나는 김용택 시인의 시였네요.

 

마치 새하얀 눈이라도 내린 듯하는 착각이 드는 꽃길입니다.

 

봄날의 화사한 햇살에 비추이는 꽃들의 향연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감이 저절로 밀려옵니다.

 

걷는 길 또한 이처럼 편안하고 아늑하기만 하니

지금 이 순간 더이상 바라고 원하는 것이 있을까요.

 

꽃길을 따라 정신을 놓고 걷다보니 차가 다니는 고개를 만나게 됩니다.

이 도로는 마을에서 산너머에 있는 신안사로 넘어가는 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산안리 임도 입구에서 이곳까지 약 3.5km에 40분이 소요가 되었네요.

 

길에서 조금 언덕으로 올라서니 

보이네요라는 이름의 사방으로 탁트인 정자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충남에서 가장 높다는 서대산을 가장 시원하고 멋지게 조망을 할 수가 있습니다.

하여 멋진 조망을 친구 삼아 커피 한잔 하며 잠시 쉽니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서대산을 가본지도 참 오래된 것 같네요.

(충남 서대산 조망길 - 연두빛 봄꽃길을 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86)

 

파릇파릇 피어나는 연두빛과 새하얀 산벚꽃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달리 설명이 필요없는 곱디 고운 한폭의 수채화같습니다.

 

참 그리고 '보곡산골'은 이곳 마을의 이름이 아니고

보광리, 상곡리, 산안리의 세 마을의 글자를 합해서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천태산에서 대성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자락으로 북서쪽으로는 서대산이 있고요.

 

정자에서 잠시 쉬고 다시 발걸음을 다음 정자를 향해 걷습니다.

 

꽃도 나무도 그리고 길도 모두가 참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자연 풍경입니다.

마음으로 잔잔하게 스며드는 감동이 있어서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네요.

 

괜찮다.

딱 좋아하는 날씨다.

신선한 바람이 우리 추억까지

휩쓸고 가지만

 

 

괜찮다.

딱 맘에 드는 하루다.

자꾸 떠오르는 얼굴에 가슴이

먹먹하지만

 

 

괜찮다.

딱 간이 맞는 생선구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한 입 먹어보니

결국 눈물이 짜게 흐르지만

 

<정지아 - 어느 날>

 

 

이제 4월하면 세월호의 비극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또 하나의 아픈 봄날입니다.

정지아 양은 세월호 사건으로 숨진 단원고 학생으로 이제는 유고 시가 되었네요.

 

정지아 양은 세상을 바라보며 괜찮다라고 했지만

지금 이 세상은 정말 그처럼 괜찮은 세상인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길을 걷다보니

괜히 사는게 미안하고 먹먹해지는 마음이네요.

 

숲속 체험터 입구를 지나갑니다.

나중에 보니 이 안쪽에 '산꽃세상 정자'가 자리하고 있는데

입구에는 아무런 이정표가 없어서 아쉽게도 가보질 못했네요.

 

이 입구 이정표에 표시만 되어있었으면 좋았을텐데요. ㅎ

 

조금 길을 걸어내려가니 마지막 정자이자 임도길의 세번째 정자인 '봄처녀 정자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에서 이곳까지 6.5km에 약 2시간이 소요가 되었습니다.

 

정자 옆으로는 작은 계곡이 있어서 물소리도 참 시원하고

골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도 참 싱그럽습니다.

 

정자에 걸려있는 편액이 '봄처녀'라

일반 정자에서는 볼 수 없는 조금은 이색적 모습이네요. ㅎ

 

봄처녀 정자를 뒤로하고 마을을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아껴서 걷고픈 그런 고운 길이네요.

 

내려서는 길에 자전리 소나무하는 안내판이 있어서 잠시 발걸음을 멈춥니다.

 

이곳 안내판 아래쪽으로 300년된 소나무가 있다고 하네요.

원래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사로 마주 보고 있었는데 수나무는 고사했다고 합니다.

 

안내판 뒤쪽으로 잠시 내려서니 정말 아주 고운 자태의 단아한 소나무를 만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나무는 위를 향해 자라는데 이 소나무는 옆으로 자라는 모습이 조금 특이했습니다.

 

사방으로 펼쳐진 가지 아래에 서있으니 참 평온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마치 어머니 품속같은 그런 기분이라고 할까요.

 

멋진 소나무도 구경하고 다시 산벚꽃의 향연을 눈으로 즐기며 길을 걷습니다.

도심의 벚꽃은 화려함을 강요하는 기분이 드는데

이곳 산벚꽃은 조금은 소박하지만 편하게 스며드는 느낌입니다.

 

꽃잎이 다 떨어진 풍경 조차도 평범하게 보이지 않네요.

 

이제 임도 길은 거의 끝나가고 산안리 마을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산안리에서 상곡리까지도 임도가 이어지고

또 상곡리에서 보광리로도 길이 연결이 되기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세 마을을 연결하는 이름 그대로 보곡산골 길을 걷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이러한 봄의 색감이 좋아서 

연두빛 봄 풍경을 파스텔이나 수채화로 즐겨 그렸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운좋게 상을 받기도 했지만 물론 그다시 수준있는 그림은 아니었고요. ㅎ 

 

정말 이 고운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카메라 렌즈에 담는 것 보다

파스텔이나 물감을 사서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집니다.

 

지금은 이곳이 산안2리이지만 이 마을의 옛 이름은 자진뱅이라고 합니다.

천안 전씨들이 피난을 와서 처음 정착한 마을이라 자전리라 했다 하며

이를 충청도말로 자진뱅이라 불렀다고 하고 또 자잘 자잘한 논이 많아 자진뱅이라 불렀다고도 합니다.

물론 요즘 대부분의 시골이 그렇지만 이곳도 사람이 살지 않는 집들이 많더군요.

 

또한 산벚꽃으로 유명해져서 이제는 산꽃 마을이라는 좋은 이름이 더해졌고요.

 

이제 마을을 빠져나와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산뿐만 아니라 길가에 피어있는 벚꽃의 풍경도 참 곱네요.

 

이곳에는 오늘 걸었던 길말고도 바로 보이네요 정자로 오르는 산길도

이곳 안내판 옆으로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보곡산골뿐만 아니라 자연은 모두 사람을 치유하는 종합 병원이겠지요.

단순히 몸을 치유하는 병원이 아니고 마음까지 치유하는 돈이 크게 들지 않는 병원이고요.

 

다시 차가 있는 임도 입구에 도착해서 산벚꽃길 걷기를 마무리 합니다.

약 8.5km에 2시간 30여분이 걸린 편안하게 걷기에 아주 적당한 코스였네요.

과거부터 늘 오고자 했는데 이제서야 찾게된 곳이지만

산벚꽃의 소박한 정취는 마음을 참 편하게 해주고 힐링을 해주는 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