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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장성 백양사 사찰길 - 한적한 겨울 산사의 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6. 1. 10.

 

백양사 사찰길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백양사(http://www.baekyangsa.or.kr/)는 백제 무왕 때

창건한 천년 고찰로 특히 근처에 있는 내장사와 함께

화려한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사찰이지만

한적한 겨울의 고즈넉한 정취도 참 좋습니다.

 

 

백양사하면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기에

주로 가을에 찾게 되지만 시간이 있어서

추운 겨울에 잠시 찾아가 봅니다.

보통 일주문에는 산 이름과 절 이름만 적혀있는데

이곳은 고불총림이라는 글자가 더 들어가네요.

고불총림은 승속(僧俗)이 화합하여 한 곳에 머무름이(一處住)

마치 수목이 우거진 숲과 같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5대 총림 중 최초의 총림이고요.

 

일주문을 지나 백양사 대웅전으로 가는 길은

앙상한 나무가지만 남은 조용한 길입니다.

 

그래도 붉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풍경

회색빛 같은 주변 모습에 환한 포인트를 주네요.

 

백양사하면 단풍과 함께 사찰뒤로 펼쳐지는

하얀 학바위가 날개를 펼친 모습인 백학봉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쌍계루 앞 연못의 그림자 풍경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비록 화려한 단풍이나 고운 꽃은 없지만

백양사 경내로 가는 길은 한적하면서도 여유롭기만 합니다.

 

여름에 오면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갈참나무 군락지 숲길도 지나가고요.

 

이곳의 갈참나무는 300년에서 700년이 된 수목으로

특히 이 나무는 수령이 약 700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갈참나무라고 합니다.

 

백양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쌍계루 앞 징검다리에 도착합니다.

가을이면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무척이나 붐비는 장소이기도 하지요.

 

백학봉과 쌍계루 그리고 연못의 풍경이

한폭의 고운 그림과 같은 곳으로

특히 백학봉과 쌍계루는 국가지정 명승 제38호이며

또한 대한 8경이라 불리는 명소입니다.

 

특히 가을에 오면 연못에 비치는 단풍의 풍경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요.

 

하여 오래전에 담았던 이곳 단풍 풍경이 새삼 떠올라

그때의 사진을 몇장 옮겨봅니다.

(장성 백암산 단풍길 - 그림같은 백양사와 쌍계루 가을풍경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294)

 

연못에 비치는 그림자의 모습이

정말 한폭의 고운 수채화같은 풍경이지요.

 

물론 가을의 화려한 풍경은 아니지만

겨울의 회색빛 풍경도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돌다리를 지나 경내로 들어가봅니다.

백양사를 자주왔어도 대부분 바로 산으로 향하지

경내로 들어갔던 기억은 별로 없는것 같네요.

 

그나저나 백학봉과 백양사 사찰의 지붕이 이처럼

멋지게 어울리지는 몰랐습니다.

 

대웅전 뒤로 펼쳐지는 백학봉의 모습도 참 멋지고요.

백양사는 1400여년전인 백제 무왕 33년(632년)에

여환조사가 창건한 고찰로 창건 당시에는 백암사였다고 합니다.

 

이후 조선 선조에 환양선사가 이곳을 설법을 하며 머무는 동안

하얀 양이 꿈에 나와 천국으로 환생하게되어 다고 해서

백양사로 고쳐 불렀다고 하네요.

 

백양사는 크게 내세울 국보나 보물은 많이 없어도

이 아름다운 풍경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대웅전 건너편 담장에는 350년이 넘은

호남 5매중 하나인 백양사 고불매가 자라고 있습니다.

이 매화나무는 홍매로 천연기념물 486호입니다.

 

수령이 오래된 매화나무를 보니

과거에 다녀온 선암사의 선암매가 생각이 납니다.

(순천 선암사 매화 꽃길 - 600년된 홍매화 향기를 찾아서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88)

 

대웅전에서 나와 이번에는

청운당 방향으로 길을 걷습니다.

 

청운당과 향적전, 그리고 해운각 앞에는

작은 연못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연못을 둘러싸고 자라는 대나무의 풍경도

왠지 정겹고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날이 흐려 따스한 햇살을 만나기기 쉽지 않았는데

대나무로 비추이는 햇살의 느낌이 참 좋습니다.

 

단풍철에 이곳에 왔으면 사람들로 붐벼서

그냥 스쳐지나갈뿐 들어올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한적하고 고요한 느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 쉰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기분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사용한 카메라인 라이카Q만의

잔잔한 색감과도 참 잘 어울리고요.

 

경내를 빠져나오는데 '이뭣고' 글자가 새겨진 비석을 만납니다.

이뭣고는 '이것이 무엇인고?'하는 뜻으로

불교의 천 칠백 화두 중에서도 가장 근원적인 화두라고 하네요.

 

행복에 대한 추억은 별것 없다.

다만 나날들이 무사하기를 빈다.

무사한 날들이 쌓여서 행복이 되든지 불행이 되든지,

그저 하루하루가 별 탈 없기를 바란다.

순하게 세월이 흘러서

또 그렇게 순하게 세월이 끝나기를 바란다.

 

 

죽을 생각 하면 아직은 두렵다.

죽으면 우리들의 사랑이나 열정도

모두 소멸하는 것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삶은 살아 있는 동안만의 삶일 뿐이다.

죽어서 소멸하는 사랑과 열정이

어째서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을

들볶아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 사랑과 열정으로 더불어 하루하루가

무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은 아니지만,

그래도 복 받은 일이다.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에서 발췌>

 

 

비록 새하얀 눈이 쌓인 풍경도 아니고

또 화려한 단풍이 가득한 모습은 아니지만

한적하고 고요한 회색빛 백양사도 참 좋은 인연이었습니다.

다음번에는 연두빛이 가득한 꽃피는 봄에 오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