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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인제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길 - 순백의 동화속 세상에 머물다.

by 마음풍경 2016. 1. 17.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길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763-4

 

 

주차장 ~ 산림감시초소 ~ 원대임도(2.7km) ~ 3코스(탐험코스) ~

1코스(자작나무숲) ~ 2코스(치유코스) ~ 원정임도 ~ 초소 ~ 주차장

(총 9km, 2시간 30분)

 

 

인제군 원대리 원대봉 자락에 자리한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은

70만그루의 자작나무가 빼곡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하얀 눈과 잘 어울리는 새하얀 수피의 자작나무 숲길을 걷다보면

아름다운 겨울 동화속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아늑한 기분이 듭니다.

 

 

인제에는 수산리와 원대리에

큰 규모의 자작나무 숲이 있습니다.

 이중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눈쌓인

겨울에 오면 좋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횡성에 있는

작은 규모의 자작나무 숲은 가보았네요.

(횡성  미술관 자작나무숲 길 - 빛과 색이 만든 동화속 세상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67)

 

과거 사진을 보면 산림감시초소 주변에

 주차를 하고 숲을 찾던데

이곳도 이제는 명소가 되어서 너른 주차장도 있습니다.

 

원대리 순환 임도는 원정임도 7,2km와

원대 임도 9.14km를 합쳐서

전체 길이가 약 17km 정도이며

자작나무 숲을 중심으로 주변에 4개의 탐방로가 있습니다.

 

그나저나 올해는 눈이 많이 오지않고

따뜻한 겨울이 되어서인지 이곳도 눈은 거의 없습니다.

 

초소를 지나니 삼거리가 나오고 

저는 왼편 원대임도로 향합니다.

물론 자작나무숲을 보고

내려올 때는 오른편으로 내려오고요.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에도

자작나무를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원래 자작나무는 북위 45이상의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나무로

기름기가 많아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눈이 풍성하게 쌓였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눈의 흔적만 겨우 볼 수가 있어서 조금은 아쉽네요.

 

그래도 새하얀 자작나무와

주변 풍경은 참 이색적이면서도

포근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이곳은 자작나무와 함께 낙엽송이 우거져서

늦가을에 와도 정말 환상적일 것 같습니다.

 

입구에서 약 2.7km를 걸어오니 3코스 입구가 나옵니다.

 

3코스는 탐험코스 숲길로 숲속 계곡과

임도를 함께 탐방하는 1.1km 거리의 코스라고 합니다.

 

얼음장 밑으로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걷는 기분도 참 상쾌합니다.

 

눈이 살포시 내리는 산길을 따라 1km 남짓 걸으니

자작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순백의 세상이 나타납니다.

 

따뜻한 남쪽에서 살아온 나는 잘 모른다.
자작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대저 시인이라는 자가 그까짓 것도 모르다니 하면서
친구는 나를 호되게 후려치며 놀리기도 했지만
그래서 숲길을 가다가 어느 짓궂은 친구가

멀쑥한 백양나무를 가리키며
이게 자작나무야, 해도 나는 금방 속고 말테지만

 

 

그 높고 추운 곳에서 떼지어 산다는
자작나무가 끝없이 마음에 사무치는 날은
눈 내리는 닥터 지바고 상영관이 없을까를 생각하다가
어떤 날은 도서관에서 식물도감을 뒤적여도 보았고
또 어떤 날은 백석과 예쎄닌과 숄로호프를 다시 펼쳐보았지만
자작나무가 책 속에 있으리라 여긴 것부터 잘못이었다.

 

 

그래서 식솔도 생계도 조직도 헌법도 잊고
자작나무를 찾아서 훌쩍 떠나고 싶다 말했을 때
대기업의 사원 내 친구 하얀 와이셔츠는
나의 사상이 의심 된다고, 저 혼자 뒤돌아 서서
속으로 이제부터 절교다, 하고 선언했을 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다
연애시절을 아프게 통과해 본 사람이

삶의 바닥을 조금 알게 되는 것처럼
자작나무에 대한 그리움도 그런 거라고
내가 자작나무를 그리워하는 것은

자작나무가 하얗기 때문이고
자작나무가 하얀 것은

자작나무 숲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때 묻지 않은 심성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친구여, 따뜻한 남쪽에서 제대로 사는 삶이란
뭐니뭐니해도 자작나무를 찾아가는 일
자작나무숲에 너와 내가 한 그루 자작나무로 서서
더 큰 자작나무숲을 이루는 일이다
그러면 먼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깜짝 놀라겠지
어라, 자작나무들이 꼭 흰 옷 입은 사람 같네, 하면서

 

- 안도현의 ‘자작나무를 찾아서’ -

 

 

과거 안도현 시집에서 이 시를 만났을 때

꼭 눈내리는 겨울에 자작나무 숲을

찾아가보리라 생각했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네요. ㅎ

거기다가 올 겨울 귀하기만 한 눈까지 내려줍니다.

 

그나저나 이 숲도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사람들로 인한 상처가 여기 저기 보이더군요.

사랑하는 대상은 그저 바라보기만해도 좋은데

꼭 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낙서를 해야하는지요.

 

1코스이자 이곳 자작나무 숲의 중심인 곳에 도착했습니다.

 

이곳 광장에는 숲속교실과 자작나무로 만든

인디언 집 모형 등이 있습니다.

 

저는 다시 1코스에서 연결이 되는

2코스(치유코스)로 발걸음을 합니다.

 

이 구간은 낙엽송과 자작나무가 서로

사이좋게 공존하면서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곳 혼효림 시험 조성사업지는 1993년에

2ha 규모의 낙엽송과 자작나무를 조림을 했다고 하네요.

 

살포시 내리는 눈이지만 그래도

지나간 발자국의 흔적이 남을만큼 쌓인 것 같네요.

 

당초 눈이 온다는 소식이 없었기에

눈내리는 자작나무 숲을 볼 생각은 전혀 안했는데

아주 풍성하지는 않아도 참 행복한 마음입니다.

 

4코스로 연결이 되는 지역을 지나 이제 되돌아 갑니다.

이곳이 오늘 제가 걷는 길의 반환점이 되는 것 같네요.

 

조용한 산길을 빠져나오니 다시 너른 원정 임도를 만납니다.

 

가는 길에 전망대가 있어서 잠시 올라가봅니다.

 

눈 내리는 자작나무 숲의 풍경을

아늑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눈을 지긋이 감고 숲의 소리도 들어보네요.

아~ 참 좋네요. 참 행복하네요.

 

전망대를 빠져나와 조금 더 내려가니

자작나무 숲의 입구에 도착합니다.

당초 입구 삼거리에서 오른편 길로 오르면

바로 이곳으로 오게됩니다.

 

이처런 좋은 곳을 1박2일에서 놓칠리가 없겠지요.

또 2012년 이승기의 '되돌리다'

뮤직비디오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어린시절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을

찾아 떠나는 뮤직비디오였지요.

 

"상처 난 삶을 치유하고 위로받고 싶다면

발가벗은 겨울산 자작나무 숲 풍경에

몸을 던져야 한다"는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화려했던 가을의 기억을 언 땅에 묻고 침묵하는 자작나무,

살아온 세월만큼 고독의 그림자가 길고 짙은 자작나무….

달빛과 별빛, 그리고 햇빛의 영혼이 깃든 겨울산 자작나무 앞에 서면

나이테 속에 새겨진 침묵과 고독을 조우하게 된다"고도 하고요.

 

두손을 꼭 잡고 눈 내리는 길을 걷는 뒷 모습도

주변 숲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참 사랑스럽고 아름답네요.

 

아직 채 시들지 않고 새하얀 눈에 덮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억새의 모습을 보니

삶이란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것 같지만

달리 생각하면 참 무거운 것이구나 하는 것도 떠올려집니다.

 

삶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더라도

마음 속에 이처럼 정갈하고 성숙한 숲 하나 있다면

세월이라는 짐의 무게는 가벼울 수 있겠지요.

 

임도의 끝길로 접어드니 내리던 눈도 거의 그치고

눈쌓인 편안한 길을 마저 걸어갑니다.

 

그리고 다시 입구 초소로 돌아왔습니다.

2시간 반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눈내리는 자작나무 숲도 만나고

또 자작나무 숲을 걸으며 지나온 세월을 천천히 반추해보았으며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기약해보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