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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광주 1913 송정역시장 - 100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곳

by 마음풍경 2017. 1. 30.


광주 1913 송정역 시장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동 990




세상이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넉넉하더라도

조금은 궁핍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여 그때의 추억을 떠올려보며 옛 시장의 정취가 남아있는

1913 송정역 시장으로 발걸음을 한다.


송정역 시장은 경부선 삼랑진역과 호남선 광주송정역을 잇는 경전선과

호남선이 지나는 송정역의 건너편 골목에 자리한 작은 규모의 시장이다.

1913이라는 숫자는 시장이 처음 생긴 년도라고 하고.


시장 골목을 걷기 전에 라이카 카메라의 모드를 흑백으로 돌려서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 과거 풍경 속으로 들어가본다.


어린시절에는 이처럼 튼실한 굴비를 먹는 것도 쉽지 않아서인지

주렁주렁 매달린 굴비만 봐도 저절로 배가 부르다.

하긴 그 시절에는 자린고비라해서 굴비 한마리를 천장에 매달고

그 굴비를 쳐다보며 밥을 먹었다고 했던가. ㅎ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을 먹기위해 주변 식당을 두리번 거리니

산수모밀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와서 추억의 음식인 모밀짜장을 주문한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고 깍뚜기 같은 감자가 듬성 듬성 들어있는 비주얼과

찰진 밀가루 면이 아닌 미끈한 모밀 면과 구수한 짜장 소스가 어우러지는 맛은

옛맛 그대로라 그런지 먹는 족족 입에 착착 감긴다.

옛 노래를 떠올리면 과거의 추억이 생각나듯

오래전 먹었던 음식속에도 옛 추억은 고스란히 남아있고.


추억의 음식을 정신없이 먹고나서

시장 골목으로 다시 나서니 재미난 모습을 한 간판들이 나를 반긴다.

역서사소는 '여기서 사소'의 전라도 사투리지만

이를 한자로 풀어내니 의미있는 뜻이 된다.


"해 반짝 뜰 날 우리 함께 모여 함께 웃세"



그나저나 올해는 어두운 하늘이 걷히고 해가 반짝 떠서

애꿎은 닭들이 죽음을 당하는 세상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을 반기며 활짝 웃어야 할텐데..


문화와 추억의 창조전통시장이라..

ㅎㅎ 지난 문화와 추억을 되살리는 것이 굳이 창조일까.

물론 그 창조가 있어서 이곳도 이렇게 새롭게 단장을 할 수 있었을 테니

창조의 의미가 잘못된것은 아닐 것이다.

그 고귀한 단어를 잘못 사용한 사람들의 진정성이 문제일뿐이지.


밀밭양조장이라 간판한 이곳은 수제 맥주점으로

맛난 맥주를 판다고 하는데 대낮이라 오늘은 패스하고

담번에 야시장에 열리는 날 다시 찾기로 해본다.

근데 맥주만 팔지말고 맛난 우리네 막걸리도 만들어 팔면 않될까.


나는

어느날이라는 말이 좋다.


어느날 나는 태어났고

어느날 당신도 만났으니까.


그리고

오늘도 어느날이니까.


나의 시는

어느날의 일이고

어느날에 썼다.


<김용택 - 어느날>


1981이면 내가 대학교를 들어가 81학번이라 말할 때인데

세월은 참 빨리 흘러갔고 이젠 추억만 긴 그림자를 남긴다.


 '수제'라는 말은 대량생산의 힘을 입은 '기성'이라는 단어에 밀려 거의 사라져 버렸지만

아직도 맞춤이라는 방식을 고집하는 모습은 참 인간적이지 않은가.

옷에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딱! 맞는 단 하나밖에 없는 나의 옷이기에.


이곳 시장은 유독 기름을 짜고 고추가루 등을 빠는 방아간이 많다.

옛날에는 참새가 기웃거리는 곳이었겠지.


이것 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서인지

어느새 시장의 반대편에 도착했다.

물론 시장의 전체 길이가 그다지 큰 시장은 아니다.


차없는 거리라고는 하지만 작은 골목으로 차가 다니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 자제를 했으면 좋을 것 같다.


이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남루한 문틀의 모습도, 조금은 촌스런 벽화의 풍경도

어색하지않고 오래전부터 하나인듯 하고.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이 시장 골목을 걷다보니 비록 옛날식 다방은 보이지 않아도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하여 정겨운 마음을 안고 비록 옛날식 다방은 아니지만

제법 운치있는 카페가 있어서 들어가 본다.


요즘은 보기 드문 백열전구에 담긴 낭만도 좋고

커피의 향기와 풍미가 가득 느껴진다.


그리고 쑥's 초코파이는 이곳 시장의 여러 핫플레이스 중 하나이다.


초코파이하면 정이 떠오르 듯

손수 정성으로 만들었으니 한입 베어물면

달콤한 정이 가득 퍼지겠지..


이곳 송정역 시장뿐만 아니라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처럼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시장길 -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는 레알 뉴타운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49)

기존 전통시장을 새롭게 리모델링한 시장은 많지만

'서봄'처럼 흑백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관은 이곳이 유일한 것 같다.


흐릿한 추억이 가득 담겨진 흑백사진과

옛 전통시장의 결합은 참 궁합이 잘 맞는 소재라 생각이 되고.


하여 나도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참 오랜만에 옛 정취가 느껴지는 사진관으로 들어선다.


고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어린 아이에게

일상에서 자주 보는 컬러가 아닌 흑백 사진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나도 늘 사진기를 들고 다니지만 사진은 단순히 모습을 남기는 종이가 아니다.

그 한장에는 오랫동안 기억하고픈 추억이 담겨져 있고

살다가 힘들 때 다시 살며시 꺼내보고픈 행복이 스며있다.


참 오랜만에 가족 사진도 남겨보고 다시 시장 입구로 되돌아 왔다.


연탄불에 노릇노릇 구워 먹으면 무척이나 맛난 굴비의 모습도 여전하고

오랜만에 꺼내본 시장의 아스라한 추억도 그저 고소하기만 하다.


따뜻한 아래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되작거리다보면

손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메다 들어온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김용택 - 울고 들어온 너에게>


오랜만에 옛 시장에서 찾아본 추억의 흔적들은 여전히 나를 행복하게 한다.

마치 겨울철 꽁꽁 언 뺨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엄마의 두손처럼..

비록 과거의 모습은 아니지만 새롭게 변화된 모습으로도

오래오래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