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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영동 영국사 사찰길 - 천태산 자락에 자리한 천년사찰

by 마음풍경 2021. 11. 5.

천태산 영국사는 통일신라시대 말의 사찰로

원각국사비를 비롯한 보물들과 함께

천년된 거대한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천태산 주차장 ~ 삼단폭포 ~ 은행나무 ~ 영국사 ~

원각국사비 ~ 승탑 ~ 망탑봉 삼층석탑 ~ 진주폭포 ~ 주차장

(약 4km, 2시간 소요)

 

천태산를 마지막으로 찾은 것이 2007년 늦가을이니 참 오랜만에 왔지만 과거에도 여러번 와서인지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물론 잘 단장된 주차장 및 카페 등 새로운 편의 시설은 늘었고.

영동 천태산 암릉길

(https://blog.daum.net/sannasdas/11515063)

 

14년전에 왔을 때는 11월말경이라 단풍의 정취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오늘은 11월초라 붉게 물든 풍경을 만난다.
해가 지날 때 마다 단풍의 색감이 예전 걑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드문 드문 고운 단풍도 만날 수 있다.
길가에 전시되어있는 시들도 읽어보며 한적한 숲길을 걷는다.
잠시 편안한 숲길을 걷다가 이제 천태산 계곡길로 접어든다.
최근에 비가 오지 않았는데 계곡물 소리가 제법 뚜렸하고 계곡의 풍광도 장대하다.
오래된 나무에는 세월의 흔적들이 뚜렸하게 새겨져있고.
예전에 왔을 때는 망탑봉쪽 길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내려오는 길에 들려보려 한다.
쭈글쭈글 주름을 연상시키는 삼신 할멈 바위 밑도 지난다.
졸졸 흐르는 폭포이지만 오랜만에 보니 삼단폭포도 반갑다.
예전에는 없던 나무 데크 계단길도 생기고.
계곡을 벗어나 영국사 일주문을 지나며 경내로 발걸음을 한다.
영국사는 늘 천태산 산행을 하면서 잠시 들러보기만 했는데 오늘은 보물들을 만나보는 사찰 탐방을 하게되고.
영국사의 최고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천연기념물 제223호인 은행나무가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오전에 보았던 금산 보석사의 은행나무처럼 이곳도 아직 절정의 시기는 도달하지 않았지만 주변의 가을 정취는 물씬하다.

금산 보석사 사찰길

(https://blog.daum.net/sannasdas/13390807)

 

나무의 둘레가 11m라고 하니 보석사의 은행나무와 거의 비슷한 것 같고.
인간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천년의 세월이 이 은행나무에 담겨져 있다 생각하니 저절로 숙연해 진다.
아마도 다음주에 오면 단풍 잎이 우수수 떨어져서 노란 물결이 땅에 가득할 것 같다.
오랜만에 노란 잎으로 풍성한 은행나무를 구경하고 이제 본격적인 보물 탐사를 위해 영국사 경내로 들어선다.
만세루를 지나자 단풍으로 곱게 물든 대웅전이 돌계단 너머 바라보인다.
대웅전 앞에는 보물 제533호인 영국사 삼층석탑이 단정한 모습으로 위치하고 있고.
기후는 변한다해도 오래된 은행나무의 단풍색감은 여전히 화려하다.
대웅전너머 천태산도 단풍이 곱게 내려앉아 있다.
경내 이곳 저곳도 가을의 정취가 곱게 자리하고 있고.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천태산 암릉도 그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대웅전을 지나 보물 제534호인 영국사 원각국사비를 찾아간다.
원각국사는 고려 명종 때 왕사로 유골이 이곳에 모셔져 있고.
그리고 원각국사비 뒷편으로 2개의 승탑이 자리하고 있다.
원각국사비를 구경하고 나서 산쪽길로 좀 더 올라가면 보물 제532호인 영국사 승탑을 만난다.
이 승탑은 원각국사의 사리를 모신 것이라 하며 앞서 본 승탑과는 그 모습이 많이 다르고 마치 석탑과 같은 형태이다.
그나저나 과거에는 산행에만 몰두해서 산길만 다니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은 산행을 포기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찾아볼 가치가 가득한 것 같다.
정말 영국사만 가만가만 찾아봐도 정말 의미있고 여유로운 시간이 된 것 같다.
노란 잎이 가득한 은행나무와 이별을 하며 영국사 경내를 벗어난다.
이제 망탑을 보기위해 갈림길을 지난다.
이곳을 오를 때 보았던 삼층폭포위에 설치된 다리도 지나고.
잠시 산길을 오르니 상어모습을 한 상어흔들바위를 만난다.
천태산을 배경으로 한 재미난 모습의 바위가 신기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다.
그 옆으로는 달팽이 모습의 바위도 재미나고.
물론 망탑봉 정상에는 보물 제535호인 망탑봉 삼층석탑이 바위위에 우뚝 서있다.
망탑봉은 멋진 조망처이기도 하고 발아래로는 주차장도 내려보인다.
삼층석탑은 고려 중기 때 작품이라 오랜 세월이 흘러서서인지 많은 부분이 훼손이 되어있어 안타깝고.
자연의 바위가 탑의 기단이 되는 조화로움이란.
석탑도 구경을 하고 이제 하산을 시작한다.
눈앞에 장대하게 펼쳐지는 수직 바위 절벽의 풍경은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하다.
가파른 길을 내려서니 작은 계곡을 만나고.
흐르는 물은 거의 없지만 진주폭포도 만나본다.
폭포옆으로 짧지만 굵은 밧줄 구간도 지난다.
다시 천태산 계곡 삼거리로 돌아와서 영국사 사찰길을 마무리 하게 된다.
오늘은 천태산 산행이 아닌 영국사 사찰을 찾아보는 시간이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의미있고 여유로운 시간이 된 것 같다. 노란 잎으로 풍성한 영국사 은행나무도 오랜만에 다시 만나 반가웠고.. 아마 내년 쯤 대전을 떠나게 되면 오늘이 마지막 만남이 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행복한 이별의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