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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울릉도 ⑤ - 성인봉 봄 산행기

by 마음풍경 2007. 4. 9.

 


울릉도 성인봉(983.6m)


산행코스 : 나리분지 ~ 투막집 ~ 신령수 ~ 안부 ~ 성인봉 ~ 대원사 입구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 약 9km, 3시간

 

 

 

새벽밥을 먹고 아침 산행을 준비합니다. 도동항에도 아침 먼동이 터옵니다.

갈매기도 아침을 먹기위해서인지 제법 분주하네요.

 

7시에 출발한 버스는 나리분지 가는길이 제법되어 가는 도중 관광도 겸합니다.

 

통구미 해안가에는 구름에 아침 햇살이 가려있네요.

 

왼편 위쪽이 거북바위라고 합니다.

 

통구미 해안가의 잔잔한 풍경이 가슴에 와닿더군요.

 

  

해안가에 말리는 나물의 푸릇함에서도 봄이 새삼 느껴지고요.

다른 곳은 바다 근처에 미역이나 김을 말리는데 나물을 말리는 것을 보면서

이곳이 아~~ 울릉도구나 하는것을 새삼 느낍니다.

 

아침 바닷가 정취가 마음을 참 차분하게 만들어줍니다.

 

다시 버스는 터널을 빠져 나갑니다.

 

가는 도중에 용출수에서 흐르는 물도 보게 됩니다.

울릉도는 섬이지만 물도 참 풍부하고 좋습니다.

 

추산에도 잠시 들렸습니다. 430m의 송곳봉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곳이지요.

아마도 울릉도를 대표하는 풍경이지요.

 

주변 바다가의 풍경도 참 차분하게 느껴집니다.

 

아래쪽으로 추산일가 펜션과 천부 마을도 내려다 보이고요.

 

주변 풍경 하나 하나가 다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살짝 구름에 가린 풍경을 보며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껴봅니다.

 

8시 50분경에 오늘 산행의 시작점인 나리분지에 도착했습니다.

 

상당히 가파른 길을 오르고 또 오르고 했는데 이런 곳에 이런 평지가 있네요.

60만평이라고 하는데 밭 거의가 더덕밭이라고 합니다.

 

여하튼 8시 50분경에 나리분지에서 성인봉까지 4.5km까지의 산행을 시작합니다.

 

한적하고 편안한 길이었습니다.

 

미륵산이 멋지게 나타납니다.

 

울릉도의 옛 집의 형태를 보여주는 투막집도 지나고요.

 

이곳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은 정말 장관입니다.

한폭의 살아있는 그림을 보는 느낌입니다.

 

성인봉보다 저 능선을 가고픈 마음이 들더군요. ㅎㅎ

 

 

차분하게 봄이 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신령수 물로 목도 축이고 물도 보충합니다. 물맛 참 좋더군요.

 

벌써 2km를 편하게 왔습니다.

 

이제 조금씩 길이 험해지고 가파라지죠...

 

힘든 호흡을 하며 9시 40분경에 안부에 도착합니다.

제법 땀도 나고 산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처음 시작은 너무 편한 트레팅이었는데

 

능선길 곳곳에는 지난 겨울의 잔설이 남아 있습니다. 아직 겨울을 보내기 섭섭한가 봅니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어길 수는 없지요.

 

 

편한 능선길을 걷다보니 벌써 정상 근처에 온것 같습니다.

 

10시 경에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약 1시간 조금 넘게 걸린거지요.

 

 

다만 주변 조망은 구름에 가려 아쉽지요.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네요.

 

레이더 기지가 있는 말잔등 방향도 구름이 넘어갑니다.

 

정상 아래쪽에 있는 전망대인데 구름에 가려 조망은 영~~~

하지만 그 희미함도 때론 좋은 느낌을 줍니다.

 

이제 하산을 시작합니다. 잔설로 인해 길이 상당히 질퍽거립니다.

이런곳에서 미끌어지면 ㅎㅎ. 조심 조심 내려섭니다.

 

섬노루귀와 친구하며 여유있게 원시림을 지나갑니다.

 

 

아직 남은 겨울과 다가오는 봄의 공존이지요.

 

10시 50분경에 팔각정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저동항이 내려다 보이네요.

 

어제 다녀온 흔적과 기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ㅎㅎ

 

산행중 자주 만나다 보니 이제 친근한 벗이 된듯 합니다.

 

하지만 주변 풍경에 너무 빠지면 위험하겠지요.

 

저너머 관음도가 나오겠지요.

 

 

봄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산길입니다.

 

 

이제 산길을 벗어나 사람?길로 접어듭니다.

 

도동항도 친근하게 내려다 보이고요.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11시 50분경에 대원사 입구에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하게 됩니다.

 

 

기존 섬산행처럼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 조망이나 풍경은 없었습니다.

다만 울릉도가 하나의 섬이자 하나의 산인지라

여느 육지의 산처럼 능선과 구름으로 느낄 수 있는 산행이었지요.

 

산행을 마무리하고 도동항으로 돌아오는데

평생 섬을 이야기한 이생진 시인의 글이 문득 생각납니다.

 

누구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모두 버리러 왔다.

몇 점의 가구와

한 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

내 나이와 이름을 버리고

나도 물처럼 떠 있고 싶어서 왔다.

 

한점 작은 섬하나 없는 수평선이 한없이 펼쳐지는 바다를 보며

원시림으로 뒤덮힌 봄이 오고 있는 성인봉을 오르며

그리고 한적하고 조용한 항구 방파제를 취기에 홀로 걸으며..

 

나는 아직 버리지 못한 그리움의 편린(片鱗)을 생각했습니다.

언제쯤이면 모든걸 버리고 비우고 가벼워지는걸까요.

아직 모든걸 버리기엔

아마도 삶이라는 소중함이 더더욱 간절하게 느껴져서 이겠지요.

오는 봄의 섬 바람속에 그 간절함을 담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