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신안 비금도 - 그림산과 선왕산 능선을 따라

by 마음풍경 2007. 5. 20.

비금도

(선왕산 및 그림산 바다 조망길)

 

 

전남 신안군 비금도

 

 

작년 9월 비금도 산행을 다녀온후 다시 약 8개월만에 다시 그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8229663)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났던 그 느낌과 여름을 향해 가는 봄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정감은 다르겠지요.

 

작년 목포항은 허름했는데 새롭게 지은것 같습니다.

아~~ 내가 가고픈 가거도에도 매일 배가 간다고 합니다.

대학시절 가거도라로 불리는 소흑산도 아늑한 한장의 풍경 사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사진을 보고 언제 그곳에 가보리라 생각했고요.

하지만 아직까지 가지 못했네요. 오래된 꿈처럼 아스라하게 남아있는 섬이지요.

 

쾌속선으로 가면 1시간도 걸리지 않지만 오늘은 그냥 느릿 느릿 가는 여행이었으면 합니다.

 

유달산도 아침 햇살에 비추이고요.

이제는 한이 불렸을까요. 목포의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는

 

신안의 섬 여행에서 바다의 풍경은 그리 멋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예쁜 등대를 만났습니다. 저곳에서 하룻밤 자고 가고 싶더군요.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멋진 신사의 모습처럼 느껴지는 등대네요.

 

마치 거대한 호수를 가는것처럼 2시간을 가니 저멀리

비금도의 그림산과 선왕산의 풍경이 성큼 다가옵니다.

 

잔잔한 호수와 같은 바다에 떠있는 그림과 같은 산...

 

도초도를 연결하는 다리의 곡선미도 참 멋지지요.

작년에는 저곳을 건너 비금도로 들어갔지요.

 

수대 선착장에서 바라본 풍경도 외로이 뭍으로 나와있는 작은 배로 인해

더욱 큰 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대규모의 염전을 뒤로하고 상큼한 풀 향기를 맡으며 산행을 시작하고요.

 

바위로 된 산인지라 높이는 적어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지요.

비추는 햇살은 여름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바람이 참 시원했습니다.

햇살도 고맙고 그 햇살을 느끼게 하는 바람도 다 고맙네요.

 

산에서는 가능하면 어려운 길로 가지요.

세상살이에서는 쉬운길로 가는데요.

산에서는 참 인생 살이의 방법을 배웁니다.

 

발걸음을 옮긴지 얼마되지 않아 멋진 조망이 터집니다.

 

그림산 정상도 눈앞에 성큼 다가오고요.

 

섬에있는 산 봉우리를 보면 왠지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친구가 많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일년 내내 막막한 바다만을 응시해야하기에

 

하지만 그 멀리 조그마하게 떠있는 섬들이 친구가 되겠네요. ㅎㅎ

 

외롭게 보이는 바위를 봅니다.

그리곤 "너 정말 외롭니"하고 묻습니다.

ㅎㅎ 물론 대답은 없지요.

그리곤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들도 외로워.. 사람들 사이에도 외로운 섬들이 떠있어"하고요.

 

오르다가 한반도 지형 모양을 한 바위도 만납니다.

작년에는 무심코 지난것 같아 보지 못했는데 친절하게 이름표가 있어 보게됩니다.

근데 왠지 인위적으로 느껴지는것은 내가 순순한 눈을 갖지 못해서일까요.

 

그래도 자연은 저를 잠시나마 순수한 눈을 갖게합니다.

 

그림산에 올라서니 저 멀리 선왕산 능선이 시원하게 보입니다.

물론 더운 몸을 식히는 바람 역시 참 시원하고요.

 

명사십리 해안가에 하얀 모습으로 다가오는 파도의 풍경들..

이곳 정상까지 그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그림산 정상에도 작은 우물이 있네요.

산에 가보면 가끔 정상 부근에 이런 모습을 보게되지요.

 

문득 이 풍경을 보고 있으려니 모모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가 생각이 납니다.

 

"한걸음씩 천천히 가다보면 숨도 가쁘지 않고

먼 길을 왔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되지

그게 중요한거야"

 

뒤돌아 보니 벌써 한 봉우리를 넘었지만 발걸음은 여전히 가볍고요.

 

이런 멋진 바다를 항상 바라보고 있는 이 봉우리 모습에서

제 자신이 살고픈 모습이 투영되는 듯 합니다.

 

저 바위처럼 살고싶기도 하고요.

큰바위 얼굴같은 산을 바라보며 남은 삶을 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바위 틈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에게 물어봅니다.

너희들은 정말 행복하니...

메아리가 되어 나에게 돌아옵니다.

"나는 정말 행복한가"

 

하지만 그런 외로움이 깊으면 깊을 수록

사는 것이 소중합니다. 그리고 행복감이 느껴집니다.

 

ㅎㅎ 주변 풍경에 빠져 있다보니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습니다.

 

선왕산은 그림산과는 그 느낌이 조금 다른것 같네요.

마치 설악산과 지리산처럼..

 

개인적으로 산이 좋은 이유중 하나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인것 같습니다.

 

가파르게 오르고 내리다 보면 다시 조금 편한길을 오르기도 하지요.

 

능선길을 내내 걷는 기분.. 참 편안한 시간이지요.

 

바람을 막는 죽치우실이라고 하는데..

바람이 넘나드는 고개길일까요.

사람이 넘어가는 길일까요. ㅎㅎ

 

뒤돌아보니 그림산의 뒷모습은 왠지 선왕산을 닮은것 같지않나요?

 

이 바위에게는 어떤 전설이 있을까요.

 

2시간 남짓 산행을 하고 선왕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멋진 바다를 배경으로 서있는 정상석..

 

물론 사방 팔방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참 좋네요.

 

그림산 방향의 풍경도 좋고

 

저수지와 함께하는 풍경도 그림처럼 보이고요.

 

좀더 가까이 다가오는 명사십리 해안가도 좋고.

 

하트모양의 하누넘 해수욕장 풍경은 말할 필요가 없지요.

 

또한 앞으로 가야할 멋진 능선도...

 

여름이라면 저 바다에 풍덩하고 빠지고 싶더군요.

 

정상에서 내려서다가 예쁜 나비를 만났습니다.

이곳 산에는 나비가 참 많았습니다.

요즘 산에서 나비보기가 참 힘든데 말입니다.

 

 작년 산행시 내려섰던 그 능선길이 참 예쁘게 다가옵니다.

 

왼편으로 내내 하누넘을 보고갑니다.

 

내려서기가 아쉬워 잠시 벤치에 쉬어가기도 합니다.

 

물론 뒤돌아본 지나온 능선길... 행복하네요..

 

가끔씩 마주치는 꽃들도 나비로 인해 더욱 아름답지요. 

 

해안가의 풍경은 더욱 뚜렷하고요.

 

마치 여름을 재촉하는 꽃도 만납니다.

소국 종류의 꽃은 여름의 꽃이지요.

 

바람과 꽃들과 이야기하며 내려서는데

정말 예쁜 해안 풍경을 보게됩니다.

 

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느 영화에서 나오는 한석규의 대사가 생각이 납니다.

 

"씨팔 좋다... 정말 좋다"

 

고등학교때 산악부였지만 정신이상자가 된 형을 데리고 오른 산 능선을 바라보며

문득 내뱉던 그 대사 ...

그 심정이 어떤지 이 풍경을 바라보며 느낄 수 있더군요. ㅎㅎ

 

하지만 이 시간이 멈춰있지 않은데 산행을 재촉해야죠.

 

섬에서 보는 저수지도 바다처럼 아름답네요.

작은 저수지도 바다처럼 보이는 멋진 섬.. 비금도..

 

 아쉽고 또 아쉬운 그 풍경을 뒤로 하고 이제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길로 내려서니 그 파도 소리가 더욱 진하게 다가옵니다.

발걸음이 싸이렌의 유혹소리처럼 들리지만 귀를 막고 돌아섭니다.

아! 이곳에서 한 일주일만 있다가면 얼마나 좋을까..

ㅎㅎ 아쉽고 또 아쉽지요..

 

 아쉬움에 돌아서서 오는데 만난 장미를 보며

다가올 6월의 여름을 생각해 봅니다.

 

푸르른 녹음의 정취도 느끼고요.

 

섬에서만 볼 수 있는 돌담길이지요.

참 새롭네요.

 

소비의 스트레스에 사는 도시인에게는

삶을 위한 이런 노동의 모습이 때론 참 숭고하게 다가옵니다.

 

욕망이라는 굴레에 갖혀

스트레스와 소비를 반복하며 사는 도시인의 삶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하고요.

그리고 보면 참 버리고 살게 많지요.

 

이제 나를 실고갈 배가 들어옵니다.

한동안 느릿하던 발걸음이 분주해집니다. ㅎㅎ

 

다리밑을 지나 포구로 달려갑니다.

아무래도 다시 도시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걸까요.

 

바쁘게 배에 몸을 실고 돌아보니 지나온 그림산과 선왕산이

가슴 가득 벅차게 다가오네요.

 

이별이란게 이런걸까요.

아쉽고 애틋하고

하지만 맘은 왠지 가볍습니다.

영영 이별이 아닌 그리움의 시작이니까요.

 

호수 처럼 잔잔한 바다

파도 또한 잔잔한 바다

그 위로 드문 드문 떠있는 섬들..

 

부는 바람을 맞으며 갑판에 나가

이런 풍경들을 하염없이 쳐다봅니다.

 

천천히 그림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조금씩 그 그림들이 변해갑니다.

마음이 비워집니다. 몸이 붕 떠갑니다.

바람이 되어 갑니다.

 

잠시 햇살이 되어 바다를 비춥니다.

물속에 잠기지 못하고 그 바다에 내 모습이 훤하게 투영됩니다.

마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듯 왠지 부끄럽습니다.

 

나에게 허용된 삶의 깊이와 넓이는 어느정도 일까요.

ㅎㅎ 어렵네요.

그냥 바다 바람에 모든 생각을 떠나보냈습니다.

 

뭍으로 돌아오니 지는 해가 반겨줍니다.

 

차를 타고 바라봐서인지 그 해와 숨바꼭질을 하네요. ㅎㅎ

 

저 해의 빛깔처럼 단순해지는것..

은은함으로 생각하고 사는것..

그런 여유를 잠시 생각해 봅니다.

 

참 길고 긴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이제 해도 쉬고 저도 쉬어야 겠습니다. 

 

다시 가본 그곳 비금도..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얼굴로 맞게된 섬 여행이었습니다.

5월의 산은 일어서서 달려온다고 합니다.

오늘은 5월의 섬이 그리고 그곳 산이 제 가슴으로 한껏 달려 들어온 느낌입니다.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