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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길

대전 계족산 자전거길 - 자전거를 타고 황토길을 달리다.

by 마음풍경 2014. 6. 21.

 

대전 계족산 자전거길

 

 

신성동 ~ 갑천 ~ 신대교 ~ 연축동 마을회관 ~ 계족산 임도 ~ 임도 삼거리 ~

장동 휴양림 임도 ~ 절고개 ~ 임도 삼거리(계족산 황토길) ~ 갑천 ~ 신성동

(약 45km, 5시간 30분 소요, 휴식 및 점심 포함)

 

 

대전 계족산 임도는 맨발로 걷는 황토길로 유명하지만

상쾌한 숲의 향기가 가득한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바람을 가르는 상쾌함과 함께 행복감이 저절로 솟아나는 숲길입니다.

 

 

오랜만에 계족산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물론 이번에는 처음으로 집에서 부터 자전거를 타고 가게 되네요.

 

대덕연구단지는 제가 20년 넘게 사는 곳이라 당연히 좋겠지만

정말 사계절의 느낌이 특별한 동네입니다.

 

더운 날이라도 푸른 나무가 풍성한 그늘을 만들어 주기에

시원한 바람을 가득 느낄 수 있습니다.

 

탄동천을 이어 달리니 어느새

새하얀 꽃들이 가득한 갑천에 도착합니다.

 

 날이 흐리고 시원한 바람도 불어서

자전거를 타기에는 참 좋은 날인것 같습니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늘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건너지 못하는 강 건너로는 늘 그리움의 다리가 이어져 있네요.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

 

 

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떼를 날려보냈고

흰 새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

눈발은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안도현 - 강>

 

 

이제 갑천을 뒤로하고 계족산으로 가기위해

신대교를 가로질러 연축동으로 방향을 정합니다. 

 

가는 길에는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해서 여러 도로가 지나가기에

작은 터널을 많이 지나가야 하네요. 

 

자전거를 타고 작은 터널을 빠져나가는 기분은 무언가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한다는 설레임도 느끼게 됩니다.

 

연축동 주공 아파트 옆길을 지나니 연축동 연꽃 마을이 나옵니다.

 

오래된 담장에는 벽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습의 조각이 곱게 장식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담장에 피어있는 꽃은 자연이 주는 고마운 선물이겠지요.

 

한동안 시골 마을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이곳은 벽화에 조각품을 장식하는 특별함이 있네요.

 

연축동은 주변의 와동 및 신대동과 함께 무척이나 익숙한 이름들입니다.

저야 대전에 처음 내려와서 연구소 기숙사에서 시작을 했지만

그 당시에는 대전에 아파트가 많지 않아 많은 분들이 이 주변 아파트에 살았지요.

 

마을을 지나니 이제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이 되는데

그래도 시원한 물을 보니 기분은 시원하네요.

 

가파른 길을 따라 몇몇 농장들을 지나니

본격적인 계족산 숲길이 시작이 됩니다.

 

연축동 마을부터 계속 오르막 길만 이어지고

또한 오랜만에 달려보는 자전거 타기인지라 몸이 무거워지지만

그래도 이처럼 아늑하고 시원한 숲길이 있어 힘을 내봅니다.

 

길옆으로 이정표가 있는 것으 보니 

이제 계족산 임도에 진입을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길은 계족산 둘레를 잇는 100리 임도길이고

계족산 황토길은 임도삼거리까지 가야 만날 수가 있지요.

(계족산 명품 숲길 100리 길 - 새로난 임도 길을 따라 걷는 숲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55)

 

임도삼거리를 가는 길도 앞선 길에 비하면

가파르지는 않지만 여전히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자전거도 지치는지 잠시 쉬었다가 가자고 하네요. ㅎ

봉황정에서 새뜸마을로 가는 중간 임도 길에 화장실과 정자가 있기에

이곳에서 땀도 식히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저 멀리 계족산성의 모습도 회색빛 실루엣처럼 바라보이는데

계족산성의 나무들은 언제봐도 참 귀여운 느낌이 들지요.

올해 1월에 계족산성에서 만났던 황홀했던 일출 풍경이 새삼 떠오릅니다.

(대전 계족산 일출길 - 계족산성에서 황홀한 아침 해를 만나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82)

 

누가 만들어 놓은 하트일까요.

저도 작년 끝여름에 계족산 길을 걸으며 밤송이로 하트를 만들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그나저나 계족산과의 인연이 무척 많아서인지 추억도 참 많네요.

(대전 계족산 황톳길 - 비온후 촉촉한 숲길을 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39)

 

집에서 약 17km에 2시간 가까이 걸려서

드디어 임도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임도 삼거리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간단하게 하고

이제 장동 휴양림 방향으로 분격적인 계족산 황토길을 달려봅니다.

 

지나온 길이 잔돌이 많고 가파른 길을 올라와서인지

이 길은 양탄자가 깔린 듯 날듯한 기분이 드네요.

 

아~ 정말 좋습니다. 진짜 좋습니다.

늘 두 발로만 걷던 길을 자전거로 달리니 정말 색다른 기분이고 

바람을 가르는 느낌에는 시원함과 상쾌함이 가득하네요. 

 

물론 마음은 행복의 세상에 머물고 있지만

지친 몸은 그렇지 않나봅니다.

자전거도 못가겠다고 퍼졌네요. ㅋㅋ

 

자전거를 잘 달래서(?) 빨리 가고 싶지는 않고

아껴서 가고 싶은 길을 다시 천천히 달려갑니다.

밤꽃의 비릿한 냄새가 약간 풍기는 숲의 향기는

사람을 무척이나 여유롭게 만들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현동으로 빠지는 길에 장동 누리길이라는 안내판을 만났습니다.

 

장동 누리길은 이곳 황토길에서 장동을 지나 산디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이네요.

기존 황토길을 함께 잇는다면 좋은 원점회귀 길이 될것 같아

단풍이 고운 이번 가을에 이 길을 꼭 걸어야 겠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이처럼 멋진 숲길을 지나니

제가 좋아하는 안도현 시인의 시가 생각이 납니다.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나 자전거가 되리

한평생 왼쪽과 오른쪽 어느 한쪽으로 기우뚱거리지 않고

말랑말랑한 맨발로 땅을 만져보리

 

 

구부러진 길은 반듯하게 펴고, 반듯한 길은 구부리기도 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모퉁이, 움푹 파인 구덩이, 모난 돌멩이들

내 두 바퀴에 감아 기억하리

 

 

가위가 광목천 가르듯이 바람을 가르겠지만

바람을 찢어발기진 않으리

나 어느날은 구름이 머문 곳의 주소를 물으러 가고

또 어느날은 잃어버린 달의 반지를 찾으러 가기도 하리

 

 

페달을 밟는 발바닥은 촉촉해지고 발목은 굵어지고

종아리는 딴딴해지리

게을러지고 싶으면 체인을 몰래 스스로 풀고

페달을 헛돌게도 하리

굴러가는 시간보다 담벼락에 어깨를 기대고

바퀴살로 햇살이나 하릴없이 돌리는 날이 많을수록 좋으리

 

 

그러다가 천천히 언덕 위 옛 애인의 집도 찾아가리

언덕이 가팔라 삼십년이 더 걸렸다고 농을 쳐도 그녀는 웃으리

돌아가는 내리막길에서는 뒷짐 지고 휘파람을 휘휘 불러

죽어도 사랑했었다는 말은 하지 않으리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안도현 -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절고개를 지나니 양탄자같은 느낌의 멋진 황토길이 계속 이어지고

다시 임도삼거리에서 연축동으로 되돌아 가기위해 오전에 힘들게 올라왔던 임도길을 따라 갑니다.

 

오를 때는 보지못한 풍경도 새롭게 만나보고요.

연꽃 마을이라 그런지 연잎 제품들을 파는 것 같습니다.

 

이곳 마을은 도시속에 있으면서도 시골의 느낌이 가득한 곳이네요.

지난 길에 만난 논의 풍경에도 푸르고 노랗고 빨간 색의 조화로움이 가득합니다.

 

이처럼 고운 모습의 장미꽃을 만나는 것도 참 오랜만인것 같고요.

 

 연꽃 마을을 빠져나가니 근처에 막 피기 시작한 연꽃이 눈에 보여

가던길을 멈추고 잠시 찾아가봅니다.

 

올해는 날이 일찍 더워서인지 여름에 피는 연꽃이

아직 6월 중순인데도 제법 풍성합니다.

작년에는 연꽃을 보려고 전주 덕진공원을 다녀왔었는데

올해는 부여 궁남지로 발걸음을 할까 하네요.

(전주 덕진공원 연꽃길 - 분홍빛 연꽃 정취에 머물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24)

 

당초 생각지도 않던 연꽃 구경도 하고

다시 경부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갑천변으로 나섭니다.

 

올 때는 엑스포 대교를 건너서 왔지만

갈 때는 엑스포 아파트 앞에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갑니다.

 

화사한 꽃길을 따라 가는 제 마음은 행복속에 머물고

지친 몸도 한결 가벼워집니다.

 

계족산을 자전거로 가본 첫번째 여정이었습니다.

달리는 자전거에서 맞았던 시원한 바람의 느낌과 향긋한 숲의 향기가 아직도 가득합니다.

참 오랜만에 몸과 마음, 그리고 숲길과 자전거가 하나가 되는 참 행복한 시간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