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숲(편백)을 찾다

광주 매곡산 편백과 삼나무 숲길 - 피톤치드 가득한 산책길

by 마음풍경 2015. 9. 29.

 

 

매곡산 편백과 삼나무숲길

  

 광주광역시 북구 양산동

 

 

광주 국립박물관 입구 ~ 매곡산 주차장 ~ 박물관 뒷편 ~ 삼나무숲 ~

편백나무숲 ~ 학고개 ~ 전망대 ~ 시깃재 ~ 여물봉 ~

 일곡동 ~ 전망대 편백숲뒷편 ~ 편백숲 ~ 주차장

(총 6km, 2시간 소요)

 

 

광주국립박물관을 감싸고 있는 매곡산은

빛고을 도심에 있는 나즈막한 산이지만 

피톤치드가 가장 많다는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이 있고

무등산과 광주 시가지가 시원하게 조망이 되는 곳입니다.

 

 

한가위 추석이라 고향을 찾아왔는데

근처에 편백숲이 있다고 해서 발걸음을 합니다.

들머리는 광주국립박물관 정문을 바라보고

왼편으로 100여미터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들어서는 길은 울창한 숲으로 쌓여있어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서는 기분이 듭니다.

1분 전만 해도 차소리로 시끄러운 도로였는데요.

 

 숲길을 잠시 걸어들어가니 너른 주차장과 함께

매곡산 산책로 안내판이 나옵니다.

지난번 전주 오송제의 편백숲도 도심에 있지만

광역시 도심에 편백숲이 있는 것은 드물것 같습니다.

(전주 오송제 편백숲길 - 편백 향기가 가득한 생태호수공원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224)

 

 매곡산은 광주국립박물관을 감싸며

주변에 매곡동과 양산동 등에 둘러싸여있는 야산으로

몇년전에 북구청에서 산책로로 단장을 했다고 합니다.

 

 들어서는 초입부터 편백나무의 향기가 가득 풍겨옵니다.

편백숲은 일반 숲에 비해 상쾌함이 남다르네요.

 

 올라서는 길은 완만하고 휴식 장소도 잘 되어있어

산행이라기 보다는 가벼운 숲 산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정교하게 쌓여져있는 돌탑을

본적은 없는데 마치 작은 피라미드 같네요.

 

 숲길은 그저 아늑하고 편안합니다.

하여 마음도 바쁠 이유가 없겠지요.

과거에는 산행을 할 때 산 정상만을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산을 이루는 나무와 숲을 먼저 떠올리게 되네요.

 

 편백숲으로 가는 길에는

울창하게 자란 삼나무가 먼저 반겨줍니다.

가장 최근에 삼나무를 만났것은

올해 초 제주의 절물 자연휴양림에서 였지요.

(제주 절물자연휴양림 - 삼나무 산책길에서 복수초를 만나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86)

 

가는 길에 아주 재미난 모습으로 자라고 있는 나무도 봅니다.

보통 삼나무나 편백나무는 하나의 기둥이 곧게 자라는데

이 나무는 또 하나의 가지가 옆으로 나와서

그것도 아주 휘여서 올라가는 모습이네요.

 

 차가 분주히 다니는 도로에서 약 10여분 걸었는데

이처럼 울창한 숲을 만나니 저절로 대박!을 중얼거리게 됩니다. ㅎ

 

 삼나무 숲 터널을 지나니 본격적으로

편백나무 숲이 나옵니다.

 

 이곳의 편백나무는 수령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삼나무와 어울러진 숲의 정취는 아주 깊게 느껴집니다.

 

 나중에 은퇴 후 빛고을 고향 땅에 내려오게되면

도심내에 있고 산책길로도 아주 좋아서

이 숲을 자주 찾을 것 같습니다.

 

 편백향기 가득한 숲에 머무르며

새소리도 듣고 바람 소리도 함께 한다면

그것이 바로 삶의 휴식이고 행복이겠지요.

 

 편백 잎을 자세히 보면 마치 그 작은 잎에

많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늘 가까이 있으면서도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참 많지요.

나무와 숲 또한 그런 고마운 존재입니다.

 

 편백숲을 빠져나와 능선길을 따라 여물봉으로 향합니다.

나중에 돌아올 때는 편백숲 뒤편으로 가고요.

 

 전망대 오르기전에 데크길도 이어집니다.

작은 산이지만 잘 단장이 된 산책길이네요.

 

 가을이라 코스모스도 고운 얼굴로 반겨주네요.

언제봐도 첫사랑처럼 설레이는 마음입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매곡산 주능선 길이가 약 2km인데

이곳 전망대가 딱 중간인 것 같습니다.

 

전망대 데크로 올라서니

무등산과 광주 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비록 깨끗한 조망은 아니지만

이처럼 무등산을 넉넉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행복함이 스며듭니다.

 

아스라한 모습의 무등산을 바라보고 있으니

과거 서석대에서 만났던 가슴 벅찬 운해의 추억도 떠오르네요.

(무등산 운해길 - 서석대에서 황홀한 운해를 만나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56)

 

  전망대에서 잠시 머물다가

여물봉을 향해 발걸음을 이어걷습니다.

 

 여물봉 오르기 전에 시깃재라는 사거리가 나오네요.

매곡산은 동네 야산이라 아주 다양한 산책로가 있습니다.

 

 여물봉은 조망이 있는 봉우리는 아니고

동네분들의 작은 운동 쉼터입니다.

 

 다시 돌아내려와 시갯재에서

잠시 일곡동 방향으로 가봅니다.

 

 한적한 숲길을 빠져나오니

특이한 모습의 성당이 보입니다.

 

그리고 일곡동 아파트도 보이고 일동중학교도 나옵니다.

이곳에 매곡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었네요.

 

  이제 왔던 길을 따라 되돌아 갑니다.

등산로 산책길이 정말 잘 단장이 되어있네요.

 

바람만 불면 떠나고 싶고

과꽃이나 억새풀만 흔들려도

함께 흔들리며 떠나고 싶어지는 것도

그런 새로운 것과 만나고 싶은 열망 때문일 것입니다.

 

 

 어디선가 억새풀이 무더기로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못 견디게 떠나고 싶고,

 

 

어디선가 강물이 저 혼자 가을 깊은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달려가고 싶어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도종환 -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중에서>

 

 

 고운 꽃들과 함께 숲길을 걷다보니

다시 무등산이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나의 큰바위 얼굴인 무등산입니다.

저 넉넉한 품에 기대어 남은 생을 살고픈 마음이네요.

 

 나중에 전망대를 다시 와서

무등산 위로 떠오르는 일출도 만나고 싶습니다.

 

 또한 고개를 돌리면 서편 하늘이 열리기에

붉은 노을 풍경도 카메라에 담고 싶네요.

 

그나저나 왜 이곳을 진작 알지못했을까요.

어쩌면 귀하게 만나라는 인연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내가 편백나무을 잘 모를 때 이곳에 왔었다면

숲과 깊이 있는 공감을 느끼지는 못했을테니요.

세상 인연에는 다 때가 있는가 봅니다.

 

 이제 편백숲 뒷편을 따라 길을 걷습니다.

물론 큰봉을 따라 편백숲 입구로 내려서도 되네요.

 

 오를 때 만났던 편백숲을 다시 지나갑니다.

 

조금은 짧은 거리라 편백숲을 등지고 아쉬운 발걸음을 하는데

그래도 밖으로 나서는 숲의 정취가 너무 좋네요.

 

이처럼 아늑하고 깊은 느낌의 숲길을 걷다보니

이 숲의 끝에 번잡한 도시가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다시 차소리로 시끄러운 도심으로 나왔습니다.

그래도 참 평화롭고 아늑한 좋은 숲을

새롭게 알았다는 기쁨과 함께

고향에 왔을 때 언제든지 다시 찾을 수 있어서

그저 감사한 마음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