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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통영 연화도 - 용머리를 바라보며 봄을 느끼다.

by 마음풍경 2016. 3. 6.


연화도


경남 통영시 욕지면 연화리



여객선 터미널 ~ 연화봉(212m) ~ 사명대사 토굴터 ~

5층 석탑 ~ 출렁다리 ~ 용머리 ~ 동두 ~ 연화사 ~ 터미널

(7km, 3시간 소요)



연화도는 통영에서 남서쪽으로 14km 떨어진 섬으로

섬의 모양이 연꽃처럼 생겼다해서 蓮花島라 했으며

특히 통영 8경인 용머리의 해안 풍경이 아름다운 섬입니다.



매년 봄이 오면 남쪽의 섬으로 봄맞이 섬 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작년에는 통영의 사량도로 지리망산 산행을 했었지요.

(섬을 거닐다 : 통영 사량도 - 새롭게 걸어본 지리산 암릉산행,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89)

하여 올해는 어디로 갈까 하다가 문득 연화도가 생각이 나서

올해도 통영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오늘 연화도를 가는 배는 연화도를 거쳐

욕지도까지 운행을 합니다.


어느 항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갈매기의 한가로운 모습은

섬으로 향하는 제 마음 또한 가볍게 해줍니다.


11시에 배는 통영항을 출발하여 남쪽 바다를 향해 나갑니다.

건물 너머로는 서피랑 마을과 함께 서포루 누각의 모습도 보이네요.


비진도를 거쳐 매물도로 가는 배도 함께 출발했네요.

배에서 나눠주는 새우깡 때문인지 갈매기가 많이 따라옵니다.


물론 제가 탄 배에도 많은 갈매기가 길동무가 된 듯 함께 날아가지요.


저멀리 이국적인 통영 이에스 리조트의 모습과 함께

통영 수산과학관 건물도 보입니다.


오래전 광고에 나와 유명해진 소지도도

통영 앞바다에 오면 늘 만날 수 있는 섬입니다.


그리고 고개를 동쪽으로 돌리니 왼쪽 비진도부터 매물도, 소매물도,

그리고 등대섬이 한눈에 아늑하게 펼쳐지네요.


오늘 가는 연화도도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지만

마치 처음 가보는 섬처럼 설레이기만 합니다.


마치 꼭꼭 숨겨놓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 이와 같지는 않을까요. ㅎ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미지의 섬을 찾아가는 것은

만남과 떠남이 가장 극명하게 느껴지는 풍경은 아닐까요.


약 1시간을 달려 연화도에 도착했습니다.

2006년과 2007년에 연이어 연화도를 왔었지만

많은 시간이 지나서인지 처음 와보는 기분이 드네요.


연화봉 정상을 오르기 위해 연화도 선착장에서

오른편 팔각정 방향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3시 40분 배를 타고 나가야 하기에 이곳 연화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약 3시간 30분 정도인 것 같네요.


과거에는 마을 뒤 산길을 따라 올랐는데

지금은 팔각정도 있고 등산로 데크도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아직은 초봄이라 동백꽃의 풍성함은 볼 수 없지만

막 피기 시작한 붉은 동백은 만날 수 있네요.


제법 가파른 능선으로 올라서니 욕지도의 모습도 가깝게 다가옵니다.

욕지도를 간 것이 2008년 봄이니 어느새 만 8년이 지났네요.

(섬을 거닐다 : 욕지도 - 천황산 망대봉 능선을 따라서,

http://blog.daum.net/sannasdas/12764114)


우수와 경칩 사이를 '봄이 오는 길목'이라는 말이 있던데

오늘은 그 말 그대로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맞이한 섬 여행입니다.


항구에서 약 30여분을 걸어오니 연화봉 정상(212m)에 도착했습니다.

과거에 왔을 때는 없던 아미타대불이 있네요.


이곳도 참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등산 표지판은 그대로 인 것 같습니다.

물론 과거에 왔을 때 막 세운 느낌의 깨끗한 표지판도 이제는 남루한 모습이고요.


정상에 서서 통영 8경인 용머리 풍경을 아늑하게 바라봅니다.

아무 생각없이 좋은 풍경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그저 행복할 뿐이네요.


정상비 옆으로는 과거에는 없던 팔각정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스님을 만나 주변 섬들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했네요.


정자에서 바라보니 용머리 풍경뿐만 아니라

소지도와 매물도 등 주변 섬의 모습도 멋진 배경이 되어 줍니다.


용머리 해안의 4개의 바위 섬은 망망대해로 헤엄쳐가는

용을 닮았다고 해서 용머리라고 부르지요.


정상에서 내려서니 과거에는 사명대사 토굴터라는

푯말만 있었는데 지금은 작은 암자가 세워져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곳도 참 많이 변한 것 같네요.


연화도가 불교와 인연을 맺은 것은 500여년전 연산군의 불교 탄압을 피해

연화도로 들어온 연화도사가 연화봉 자락에 도를 닦으면서 였다고 하고

서산대사의 제자이자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사명대사가 이곳에 들어와 수도를 했다고 합니다.


발아래의 보덕암과 용머리 해안 비경이

어우러지는 풍경도 참 아름답습니다.


사명대사 토굴터를 지나니 5층 석탑이 있는 사거리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보덕암이 있고 왼편으로 가면 연화사가 있네요.


오래전에 왔을 때도 석탑은 있었는데 아주 깨끗해서

새롭게 다시 세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석탑을 지나 해안선을 따라 길을 이어 걷습니다.

조금 전 지나온 연화봉 정자도 저 멀리 바라보이네요.


연화도에서 한가지 더 변한 것은 용머리 해안에 

과거에 없던 출렁다리가 설치가 된 것입니다.


출렁다리를 가려면 작은 산 하나를 넘어야 하는데

아찔한 바다 조망처가 여러군데 있습니다.


과거에 안개낀 날에 이곳 주변에서 미끄러져서

카메라 렌즈 필터가 깨진 기억이 남아 있네요. ㅎ


이런 멋진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차 한잔하면 하고 싶습니다.

바닷 바람에 실려온 애틋한 그리움에 마음 들뜨는 여유도 느껴보고요.


멋진 해안풍경을 친구 삼아 걷다보니 어느새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전망대에서는 욤머리의 풍경이 아주 가깝게 바라보이네요.

용머리에서 마주 보고 있는 국도의 모습도 가깝게 다가섭니다.


용머리가 자리한 동네인 동두의 모습도

참 조용하고 평화롭게 보입니다.

동두의 저 봉우리에 올라 바라보는 용머리 풍경도 참 좋지요.


그나저나 당초 흔들다리가 높은 곳에 자리한 줄 생각했는데

실제보니 작은 규모의 다리였네요. ㅎ

사량도 지리망산의 아찔한 흔들다리를 생각하면 않될 것 같습니다.

(섬을 거닐다 : 통영 사량도 - 새롭게 걸어본 지리산 암릉산행,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89)


이곳 흔들다리는 만물상 바위와 용머리를 이어주는 다리로

비록 봉우리를 연결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스릴은 있네요.


흔들다리가 없을 때는 용머리 바위를 휘돌아 올라야 했는데

이처럼 편하게 오를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만물상 바위의 모습도 더 편안하게 다가오고요.


이제 용머리 전망대를 향해서 다시 능선을 따라 발걸음을 이어 걷는데

줄줄이 이어지는 해안선의 풍경이 참 매력적입니다.


이제 용머리 전망대까지만 길이 있고 더 이상 이어지지가 않습니다.

아무래도 용머리 해안 풍경은 연화봉 정자에서

아득하게 바라보는 것이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것 같지요.


이곳에서 보니 소지도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네요.

세상 이치가 다 그렇지만 사물뿐 아니라 사람도

어느 한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판단해서는 않될 것 같습니다.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지나온 길의 해안 풍경도 정말 절경입니다.

배를 타고 연화도를 한바퀴 돌면서 보아도 참 좋겠네요.


나 언제가는

그대에서 돌아가리

 

하얀 머리 주름진 얼굴이어도

단발머리 나풀대며 춤추던 아이

그해맑은 모습으로 찾아가리.

 

삶의 매순간마다 초롱이

불밝혀 주던 그대의 품으로

가진것 다 버리고 오로지

맑은 영혼하나 보듬고 그대 찾아가리



영혼누일 곳 그대 가슴뿐

가만히 파도의 소리나 들려주오.

솔가지 사이로 내 추억을 불러

그대 모습 고운시 엮어

내 마지막 유산으로 남기고 싶어.

 

하늘로 가는 길

내 이마에 솔향기로 피어나는

그대와의 짙은 추억

가슴에 쟁여 함께 떠나리니

그대여 기다려 주오.

 

나 언제가는

그대에게 가벼이 기쁨으로 돌아가리


오래전 욕지도 배에 적혀있던 제목도 지은이도 모르는 시인데

문득 다시 생각이 나서 옮겨보았습니다.


용머리 전망대를 되돌아 나와 선착장을 향해서

포장길을 걷는데 길옆으로 이곳을 다녀간 연인들이 쓴

사랑의 언약들이 많이 보이네요.


사랑은 어떤 모습이라고 해도 늘 행복이고 기쁨인 것 같습니다.

사랑으로 인한 슬픔 조차도 세월이 가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되고요.


오르락 내리락하는 포장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마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바로 능선으로 올라서면 5층 석탑이 있는 사거리가 나오네요.


가는 길 주변에는 붉은 동백의 꽃망울도 만납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환한 얼굴로 툭하고 피겠네요.


특히 연화사 입구에는 매화꽃이 화사하게 피어있습니다.

아~ 올해 들어 첫 매화꽃을 연화도에서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매화꽃 향기가 어찌나 진하고 달콤한지

눈을 감고 긴 호흡으로 그 향기를 가득 담아봅니다.


연화사는 하동 쌍계사 조실이었던 고산 스님이

1998년 창건한 신생사찰이라고 합니다.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와서

이곳 연화도에서 만난 좋은 인연분들과 맛난 회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 했습니다.

평소 섬 여행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특별한 만남이었네요.


땀을 흘린 산행 후 마신 막걸리의 취기때문인지

바다의 풍경이 더욱 아늑하고 평화롭게만 보입니다.

이제 머지않아 봄바람에 실려오는 꽃의 향기에

가슴 설레이는 시간이 다가오겠지요.

올해 봄에는 어떤 아늑한 정취에 빠질지 생각만 해도 행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