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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통영 사량도 - 새롭게 걸어본 지리산 암릉산행

by 마음풍경 2015. 3. 22.

 

사량도 지리산

 

- 지리(망)산 암릉길 -

 

 

경남 통영시 사량면

 

 

돈지 고개(정자) ~ 지리산 ~ 불모산(우회) ~ 가마봉 ~ 

출렁다리1, 2 ~ 옥녀봉 ~ 금평항

(약 6km, 3시간 30분 소요)

 

 

사량도는 통영시의 서쪽에 자리한 섬으로

이중 윗섬인 상박도에 있는 지리산(지리망산, 397m)은

탁 트인 바다를 조망 삼아 웅장하고 멋진

바위 능선을 따라 스릴있는 산행을 즐길 수 있으며

특히 2013년 옥녀봉과 가마봉을 잇는 출렁다리가 만들어져서

다시 찾아도 새롭고 매력적인 산행이됩니다.

  

 

 

살다보면 대부분 새로운 곳을 찾아가지만 몇 번 가본 곳이라도

다시 찾아가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량도 지리망산은 '06년 및 '09년에 2번씩이나 다녀온 곳이지만

그곳을 다시 가고 싶어서 통영 앞 바다로 발걸음을 합니다.

지금은 사량도 여객선 터미널이지만 과거에는

가오치 여객선 터미널이었는데 이름이 변경이 되었네요.

(섬을 거닐다 : 사량도 ① - 칠현산을 오르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94)

 

싱그러운 봄 바람을 맞으며 편안한 모습의 바다를 바라봅니다.

배를 기다리며 섬으로 가는 마음에는 늘 설레임이 가득한 것 같네요.

 

오늘 저를 사량도로 데려다 줄 배가 들어옵니다.

사량호는 이곳에서 사량도 금평항까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6차례 왕복을 하고 배시간은 40여분이 소요가 되네요.

 

바다 너머 사천의 와룡산도 보이고 비록 깨끗한 날은 아니지만

무채색의 풍경도 여행자의 눈으로 보면 또 다른 아름다운 세상이 됩니다.

 

매년 빠지지 않고 섬 여행 혹은 섬 산행을 떠나지만

배를 타고 가는 여정이라 그런지 일반 여행길과는 다른 느낌이 드네요.

 

깨끗한 민낯보다는 안개에 가려진 회색 빛 풍경이 때론 더욱 신비롭습니다.

마치 미지의 섬을 찾아가는 여정같은 느낌도 들고요.

 

2006년 봄에 처음 사량도와의 인연도 비가 오는 회색빛 하늘이었었지요.

(통영 사량도 지리망산 사진 산행기, http://blog.daum.net/sannasdas/6779930)

 

일반적으로 섬으로의 여행은 많아야 2번 정도 오는 인연인데

사량도와의 인연은 더욱 깊어서인지 오늘까지 3번째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상도와 하도를 연결하는 다리 공사의 모습을 보며

그 사이에 달라진 것도 많아진 것 같고요.

 

그래도 자연은 늘 그대로의 마음처럼

처음 보았던 모습으로 반겨줍니다.

 

11시 배를 타고 올 때만 해도 날이 흐리고 회색 안개가 아스라했는데

11시 40분 경에 사량도 금평항에 도착하니 다행스럽게도 조금씩 날이 개여갑니다.

 

과거에는 지리산이 조망이 된다고 해서 지리망산으로 불리었는데

이제는 지리산으로 이름이 변경이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지리산 앞에는 사량도라는 말을 빠트려서는 안되겠지요.

 

12시경에 순환 버스를 타고 옥동과 돈지 마을을 지나

내지로 넘어가는 정자가 있는 고갯길에서 하차를 합니다.

 

정자 아래쪽으로는 사량도의 또 하나의 부속섬인 수우도를 바라보는 조망 데크가 있습니다.

몇년 전부터 수우도 은박산도 섬산행으로 인기가 있는데

다만 정기 여객선이 없고 단체 산행을 통해서만 갈 수 있어서 아직 가보지는 못했네요.

 

가깝게 있는 수우도를 조망을 하고 나서

정자에서 산행 준비를 하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사량도 지리산은 내지나 돈지에서 시작해서 금평으로 하산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여 오늘 시작하는 들머리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산행 이정표 및 계단이 설치가 되어 있네요.

 

산행 길로 들어서자 마자 제비꽃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봄의 전령사를 만나게 됩니다.

올들어 처음으로 만나보는 야생화여서 더더욱 반갑네요.

 

막 꽃잎을 펴는 진달래도 만나고요.

물론 4월이 되면 이곳 지리산 능선도 진달래로 곱게 물드는 풍경을 볼 수가 있습니다.

 

산길에 핀 소박한 꽃들도 만나면서 크게 가파르지 않은 길을 천천히 오르니

돈지마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게 됩니다.

오늘 걷는 길이 돈지에서 오르는 것보다 약 800미터는 짧고 조금 더 편한 길이네요.

 

하늘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펼쳐집니다.

 

돈지에서 내지마을로 이어지는 사량도를 휘도는 해안 길은

자전거를 타거나 아니면 걸어서 뚜벅뚜벅 걸어가고픈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잘게 쪼개진 모습처럼 보이는 바위와

옅게 깔려있는 하늘의 구름이 마치 그림자처럼 서로 닮은 듯 느껴집니다.

 

이제 지리산 주능선도 멀지 않고

그 뒤로 이어지는 지리산 정상 봉우리의 모습도 가깝게 다가섭니다.

 

오르는 길에 재미난 바위를 발견했습니다.

제 눈에는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한쌍의 남녀 얼굴 모습처럼 보이네요.

 

힘들게 오르면 오를 수록 세상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이

산행의 묘미이자 즐거움입니다.

 

발아래로 보이는 돈지마을도 과거에는 능선에서 바라보기만 했는데

조금 전 버스를 타고 지나와서 인지 더욱 친근하게 보입니다.

 

이제 내지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를 만납니다.

2009년 겨울에 왔을 때는 오늘 코스와는 반대로 진행을 해서 내지 마을로 하산을 했네요.

(섬을 거닐다 : 사량도 ② : 겨울 바람부는 지리망산 산행,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95)

 

이제 본격적으로 주능선 길을 걷게 되기에

더욱 시원한 조망과 멋진 암릉을 만나게 됩니다.

 

바다에 홀로 떠 있는 섬은 섬이기도 하지만 또한 하나의 산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처럼 기기묘묘하게 만들어진 섬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직으로 세워져 있는 이 바위 봉우리는 사량도 지리산을 산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만나는 풍경 중 하나입니다.

 

하여 오랜 시간이 흘러갔는데도 아주 익숙하게 느껴지는 모습이고요.

주변 바다와 하늘이 좀 더 푸르고 맑았다면 하는 아쉬움은 생깁니다.

 

멋진 자연과 함께 걷다보니 어느새 지리산 정상(397.8m)에 도착했습니다.

고개에서 이곳까지 약 1.5km에 50분이 걸렸네요.

 

물론 이곳이 지리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아니고

저 멀리 바라보이는 불모산이 해발 400m로 이곳보다 약 2m 더 높습니다.

 

그나저나 사량도 지리산 하면 밧줄이 많기로 유명한데

이처럼 많은 구간이 데크가 만들어져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밧줄 구간을 만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바위 능선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면서 걷습니다.

가마봉과 옥녀봉도 더 가깝게 다가오고 금평항도 시야에 들어오네요.

 

지리산 중간 지점에 있는 간단한 먹거리를 팔고 휴식 장소를 제공하는 간이 매점을 지나갑니다.

이곳까지 약 2.5km에 1시간 40분 정도가 걸렸으며 옥녀봉까지도 2.5km가 남았네요.

그리고 성자암이 있는 옥동 마을에서 오르면 가장 짧은 지리산 코스가 만들어 집니다.

 

가는 길에 많은 봄꽃 중 쉽게 만날 수 없는 노루귀의 고운 자태도 만납니다.

보통 노루귀는 흰색이 많고 이처럼 보라색은 드문것 같은데 지리산에서 이 꽃을 만날 지는 몰랐네요.

하여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그 고운 모습을 곱게 담아봅니다.

노루귀는 잎의 말린 모습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잎보다 꽃이 먼저 피기에 그 모습은 만나지 못하네요.

 

봄꽃과 재잘거리는 새 소리를 들으며 조용한 숲길을 걷다가

불모산 지역으로 들어서니 다시 암릉이 연이어 나타납니다.

 

바위 조망터에 올라서니 왼편으로는 대항 마을이 보입니다.

과거 사량도에서 1박을 할 때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네요.

 

가마봉과 옥녀봉이 이어지는 능선 모습은 몇년 전에 다녀온 진해 장복산의 진달래 능선길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곳에도 진달래가 만개하면 더더욱 비슷하게 느껴질 것 같네요.

(진해 장복산 진달래 능선길 - 봄꽃과 편백 향기 가득한 조망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91)

 

다시 가마봉을 향해 마치 바다를 향해 비상하는 새의 느낌처럼

발걸음을 아래로 아래로 향합니다.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는 곳에 옹기종기 피어있는 진달래의 향기도 맡아봅니다.

 

 뒤돌아보니 거대한 바위 모습을 한 불모산이 바라보입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불모산은 오르지 않고 그냥 우회를 해버렸네요. ㅎ

 

이곳을 두차례나 왔었지만 밧줄 구간이 없어지고 이처럼 데크길이 만들어지다보니

처음 와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산행 길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가마봉으로 오르는 이곳 능선에도 굵은 밧줄이 걸려있었는데요.

 

정신없이 밧줄을 타고 마음을 조리며 오르고 내리던 기억만 있던 곳에

이처럼 편히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있다니 격세지감이라 해야할지요.

 

그나저나 밧줄을 타고 오를 때는 주변을 볼 여유도 없이 그 일에만 집중을 했기에 몰랐는데

위태로운 능선 위로 만들어진 데크 길을 걸을 때 괜시리 마음이 더욱 조려집니다.

 

나무 데크길을 따라 가마봉 정상(303m)에 도착합니다.

이곳까지 4km에 2시간 30분이 걸렸으니 밧줄이 없다고 해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산행길인 것 같네요.

 

이제 건너편 출렁다리가 이어져 있는 옥녀봉만 남은 것 같습니다.

 

상당히 가파라서 우회길까지 있는 수직 철계단도 멀리서 바라보니 편안한 길처럼 보이네요.

하루 하루 사는 일이 힘들고 어려워도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은 이치를 새삼 생각해봅니다. 

 

 과거 칠현산에 올라 두 섬 사이로 흐르는 바다 이름인 동강너머 이곳을 바라보던 추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추억이란 늘 아름답긴 하지만 흘러간 그 시간이 때론 가슴 저리게 안타까울 때도 있지요.

(섬을 거닐다 : 사량도 ① - 칠현산을 오르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94)

 

이제 과거에 이곳에 왔을 때는 만나보지 못했던 출렁다리를 체험할 시간입니다.

 

가마봉과 옥녀봉 사이 이어지는 암봉 능선은 밧줄을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해야만 하는

조금은 위험하고 험한 길인데 이처럼 다리가 생기니 묘한 기분이 드네요.

 

국내에도 이처럼 산과 산 사이를 연결하는 구름다리 혹은 흔들다리가 많습니다.

저도 최근에 화순 백야산의 하늘다리를 다녀온 것도 있고요.

(화순 백아산 조망길 -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인 마당바위를 오르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53)

 

히지만 이처럼 시원한 바다를 조망하며 스릴있게 걷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며

특히 2개의 다리가 연달아 있는 곳도 이곳뿐인 것 같습니다.

 

탁트인 하늘과 푸른 바다를 발아래로 조망하며

봉우리 사이로 설치된 나무 계단 길을 걷는 것도 공포감과 재미가 함께 느껴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제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옥녀봉이 가깝습니다.

 

오늘 옥녀봉에서 커다란 배낭을 매고 불모산 정상에서 비박을 한다는 분을 만났는데

저도 칠현산을 바라보며 아늑한 느낌이 드는 이곳에서 비박을 하고싶은 생각이 문득 드네요.

 

참 편안하고 잔잔한 해안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제 블로그에 답글로 남겨주신 어느 분의 글이 생각이 납니다.

 

풍경의 빛

풍경의 각도

그리고 깊이 있는 공간을 결정하며

바람처럼 스쳐갔을

한 순간의 시선처럼

그 아려한 초점 속에서

아주 오래된 떨림을 봅니다.

 

 

어디서 였던가

언제 였던가

마치 꿈에서 본 그곳에

문득 온 것처럼

너무나 닮은 느낌

낯익은 감성들....

 

 

어쩌면 우리는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자아의 웅덩이에 뜬

하나의 달이 아닐까요?

 

 

아늑한 조망과 함께 걷다보니 어느새 지리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옥녀봉에 도착했습니다.

산행 시작 들머리로 부터 이곳까지 약 5km에 3시간이 걸렸네요.

 

이곳에는 지리산의 다른 봉우리와는 다르게

옥녀봉 및 사량도 역사 전반에 대한 안내판도 설치가 되어있습니다.

 

이제 사량도 지리산 산행을 마무리 하면서 금평항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합니다.

물론 마지막 하산길이라 마음은 가볍지만 오랜만에 암릉 산행을 해서인지 발은 무겁네요. ㅎ

 

금평항이 있는 마을도 이런 저런 볼거리가 많은 곳이며

특히 사량도의 상도와 하도를 잇는 다리가 완공이 되면 이곳 주민의 생활뿐만 아니라

관광 활성화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섬을 거닐다 : 사량도 ③ - 동시와 그림마을 "내지마을"과 최영장군 사당,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96)

 

이제 다시 사량도 지리산을 뒤로 하고 육지를 향해 떠나갑니다.

새로운 시설이 설치가 되어서 과거에 와본 지리망산이 아닌 전혀 새로운 지리산을 걸었던 기분이 드네요.

물론 세상이 변하고 바뀐다고 해도 자연을 마주하는 마음이야 변하겠습니까.

몇번 와본 산이라 익숙함도 좋지만 때론 새로운 얼굴로 만나보는 인연도 또 다른 좋은 추억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