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들,강변,해안

남해 금산 조망길 - 두모계곡을 따라 보리암에 오르다.

by 마음풍경 2016. 12. 18.


남해 금산 조망길



두모주차장 ~ 남해상주리석각 ~ 부소암 ~ 금산(705m) ~ 보리암 ~

쌍홍문 ~ 제석봉 ~ 금산산장 ~ 상사바위 ~ 부소암 ~ 두모주차장

(약 8km, 3시간 30분 소요)



경남 남해의 금산(錦山)은 상사바위 등 다양한 기암괴석과

남해 바다가 시원하게 조망이 되는 보리암 사찰이 있는 명산으로

2013년에 개방된 두모계곡을 따라 오르면 불로초의 전설과 함께

기존에 보지 못했던 부소암 등의 절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기존에 남해 금산을 오르는 코스는 2개였지만

새롭게 열린 두모계곡을 따라 오르려고 두모주차장에 왔습니다.

두모주차장은 네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아서

두모마을을 검색해서 찾아오게 되었네요.

 

두모주차장은 최근에 만들어져서인지 깔끔하게 단장된 주차장과 함께

진시황제의 명을 받아 불로초를 구하러 온 서복의 상이 있습니다.

 

서복 전설은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 중 진시황 본기에 기록돼 있는데
진시황의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2,200여 년 전 방사 서복이

동남동녀 3,000명을 거느리고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을 거쳐 갔으며,

이곳 남해군을 비롯해 제주, 거제, 부안 등이 관련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몇년전에 다녀온 거제 우제봉에서 만난 서불과차의 전설이 생각나네요.

(거제 해금강 우제봉 전망대 길 - 해금강 최고의 전망대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81)

 

남해 금산은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속해있어

주차장뿐만 아니라 등산로도 잘 정비가 되어있습니다.

 

과거에는 차를 가지고 오르는 복곡탐방지원센터와

산행이 중심이 되는 금산탕방지원센터만 등산로가 있었지만

두모계곡입구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2013년 9월에 개방이 되었습니다.

 

두모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참 한적하고

어렵지 않은 산 길이 이어집니다.

 

약 1km를 오르니 경남기념물 6호인 남해 상주리 석각을 만납니다.

 

이 바위에는 서불과차(徐市過此)라는 암각화가 새겨져 있고

동아시아 3개국 중 유일하게 보존돼 있는 금석문이라고 합니다.

 

상주리 석각을 지나면서부터는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고

주변의 멋진 기암도 나타납니다.

 

다만 숲으로 우거진 계곡 길을 계속 올라야 하기에

조금은 지루한 느낌도 있네요.

 

잎이 무성한 계절이라면 이처럼 푸른 하늘이

보이지는 않겠지요.

 

이제는 말라버린 낙엽들은 땅에 쌓이고

소복 소복 소리를 내며 그 낙엽 쌓인 길을 걸어갑니다.

 

아직 해는 중천이지만 깊은 계곡이라

햇살이 점차 희미해져만 갑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니 드디어 남해의

시원한 풍경이 가득 펼쳐집니다.

 

두모마을 너머 펼쳐지는 아스라한 남해의 바다 조망은

산을 오르는 수고에 대한 보람이겠지요.

 

건너편으로 설흘산과 응봉산도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유채꽃과 진달래꽃이 필 때 다녀온 추억도 아련하네요.

(남해 응봉산 바다조망길 - 유채꽃 가득한 다랭이 마을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71)

 

당초 이곳에 오르려면 통천문이라 불리는 작은 구멍을 통과했는데

이제는 휘돌아 오르는 철 계단을 이용하면 됩니다.

 

두모입구에서 약 2.4km를 올라왔고 금산 정상은 1km가 채 남지 않았습니다.

잠시 주등산로에서 벗어나 부소암에 다녀옵니다.


부소암을 가는 길은 절벽을 따라 돌계단과 돌담으로 이어지네요.

 

부소암은 부소바위 남쪽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암자로

진시황의 아들인 부소가 유배되어 살았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부소암 건너편의 바위 모습도 정말 장관입니다.

 

부소암 암자를 빠져나와서 부소암이라 불리는 바위 옆을 휘돌아 나옵니다.

한자는 다르지만 한글로는 동일해서 설명하기가 그렇네요. ㅎ

 

부소암 앞의 작은 협곡 사이로 철다리가 이어집니다.

이곳은 철다리나 계단이 없다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네요.

 

다리를 건너서 바라보는 부소암은

마치 사람의 뇌를 닮은 것 같은 기묘한 모습입니다.

왼편의 옆모습은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를 닮을 것도 같고요.

 

부소암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니 헬기장인 단군성전 입구 갈림길이 나옵니다.

 

먼저 금산 정상을 가기위해 계속 직진을 하는데

고운 색의 깃털을 지닌 새가 방갑게 소리내어 반겨주네요.

 

약 3km를 걸어서 1시간 30분만에 금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정상인 망대에 올라봅니다.

그나저나 이곳을 마지막으로 오른 것이 2008년 11월이니

벌써 만 8년의 세월이 바람처럼 흘러갔네요.

(남해 금산 바다 조망길 - 관음성지 보리암을 오르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10)

 

발아래로 펼쳐지는 상주 은모래비치도 변함이 없는 풍경입니다.

 

이처럼 탁트인 아름다운 조망을 만나면

힘들게 땀을 흘리며 오른 보람이 가득하지요.

언제쯤 산의 매력이 사라질까요. ㅎ

아마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자연의 선물인 것 같습니다.

 

조릿대 숲길을 빠져나가 보리암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보리암 주변에는 기암괴석이 너무나 많아서

일일히 열거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비록 천미터가 넘는 큰 규모의 산은 아니지만

다양한 바위 모습을 가득 담고 있기에 등산객이 자주 찾는 명산이고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 기도를 하고 조선을 개국했다는 뜻을 받들어

1660년 현종이 산 이름을 비단 금(錦) 자를 써서 금산이라 붙였다고 하지요.

 

오랜만에 다시 찾는 곳이지만 이곳에서 만났던 풍경은

아직도 생생하기에 엊그제 다녀온 것처럼 익숙하네요.

 

바위너머 피어오르는 흰 구름의 유희 또한 환상적입니다.

 

마치 이곳은 이승의 세상이 아닌

행복과 기쁨만 가득한 극락의 세계는 아닌지요.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됩니다.

 

혼란하고 답답한 현 시국에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라고

작은 촛불을 드는 심정으로 소망 하나 남겨봅니다.

 

보리암의 멋진 풍광을 보고 이번에는 쌍홍문으로 발걸음을 했습니다.

 

과거에는 이 쌍홍문을 지나 금산 정상으로 향했었지요.

 

쌍홍문 건너편에 우뚝 서있는 장군암도 반갑고

다만 세월이 지나서인지 장군바위의 모습도 조금 더 늙어보이는 것 같네요. ㅎ

 

이곳에 머물고 있으니 과거의 즐거웠던

산행의 추억들도 다시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쌍홍문을 지나 제석봉에 올라 상사바위를 바라봅니다.

 

조금전 지나온 보리암의 모습도 다른 시선으로 보니 새롭게 다가옵니다.

 

발아래로는 금산산장의 모습도 가깝게 바라보이네요.

 

코발트 색의 진한 하늘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새하얀 구름의 조화로움은 여전하고요.

 

상사바위로 가는 길에 잠시 금산 산장을 들러봅니다.

 

최근 KBS 1박2일 방송을 통해 이곳의 모습이 나오기도 했지요.

맛난 파전에 시원한 막걸리 한사발 하고 싶더군요. ㅎ

 

산장 입구의 흔들바위는 여전히 잘 흔들리지가 않네요.

 

상사바위를 가기위해 다시 단군성전 입구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상사바위로 향하는 길에 만나는 주변 풍광은

가는 발걸음을 붙잡을 만큼 매력적입니다.

 

금산의 최고 조망처인 상사바위에 도착했습니다.

 

상사바위에 서면 금산과 보리암의 모습이 가장 멋지게 보입니다.

 

오늘은 푸른 하늘이 멋진 배경이 되어 더더욱 멋진 사진을 만들어 주네요.

 

오래전에 만났던 풍경을 오늘도 똑 같은 프레임으로

셔텨를 꾹 눌러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조금전 부소암에서 보았던 바위의 뒷모습이 아닐까 하네요.

 

초겨울 희미해진 햇살이

아련하게 퍼지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행복으로 마음이 충만해 지는 것 같습니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김훈 에세이 '바다의 기별' 중에서>

 

 

시간이 허락된다면 이곳에 앉아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고 싶네요.

얼마나 황홀할지 상상만해도 마음이 설레입니다.

 

아쉽지만 상사바위를 빠져나와 다시

두모계곡을 향해 하산길을 재촉합니다.

 

오늘은 어떤 일몰 풍경을 만날 수 있을지

내려서는 발걸음이 조금은 분주해 집니다.

 

오늘 산행에서 첫 인연을 맺은

이색적인 부소암 바위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이곳에 다리가 없었다면 아마도 절벽 바위를 따라

밧줄을 잡고 오르고 내려서야 했을 것 같지요.

 

부소암을 지나면 조금은 지루한 계곡길 이어지기에

가지에 말라버린 단풍잎의 모습마저도 소중하게 다가오네요.

 

다시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산행은 약 8km에 3시간 30여분이 소요가 되었네요.

 

처음 걸어본 산행길이라 설레임을 가득 안고 시작했는데

부소암과 주변의 풍광은 그 설레임을 채울 정도로 참 좋았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도 산은 여전히 아늑한 감동만을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