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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공주 마곡사 봄꽃길 - 춘마곡(春麻谷)의 정취를 느끼다.

by 마음풍경 2014. 4. 13.

 

마곡사 봄꽃길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봄에는 파릇하게 피어오르는 마곡사의 봄 정취가 아름답고

가을에는 갑사의 단풍이 화려하다는 춘마곡 추갑사(春麻谷秋甲寺)의 의미처럼

마곡사 봄꽃길은 연두빛으로 움트는 신록 및 화사한 봄꽃과 친구하며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작년 6월에 마곡사 솔바람길을 걷고 채 일년도 되지 않아서

이번에도 연구실의 팀원분들과 동행하며 다시 찾습니다.

(공주 마곡사 솔바람길 - 늦은봄 백범명상길을 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05)

 

마곡사는 입구에서부터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편안한 길을 걷기에 올 때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오늘은 새하얀 벚꽃까지 함께 해주니 더더욱 풍요로운 봄날의 여유로움이고요.

그나저나 춘마곡 추갑사라고 하는데 봄에 마곡사를 찾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고

수없이 가본 갑사도 단풍철에 찾은 적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계룡산 갑사 암자길 - 시원한 갑사계곡 물소리를 따라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10)

 

보통은 봄꽃 소식이 매일 20km인 오십리 길을 북을 향해 오른다고 하는데

올봄은 너무나 빨라서 아마도 하루에 이백리 속도로 올라온 것 같지요.

 

꽃바람 들었답니다.

꽃잎처럼 가벼워져서 걸어요.

하얀 뒤굼치를 살짝 들고

꽃잎이 밟일까, 새싹이 밟힐까

사뿐사뿐 걷지요.

 

 

봄이 나를 데리고 바람처럼 돌아다녀요.

나는, 새가 되어 날아요. 꽃잎이 되어,

바람이 되어

나는 날아요.

 

 

당신께 날아가요.

나, 꽃바람이 들었답니다.

당신이 꽃바람 넣었어요.

 

< 김용택 - 꽃바람 >

 

 

올해는 그처럼 빨리 온 꽃처럼 또 빨리 가버리는 야속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가슴속에는 봄 바람으로 늘 살랑거립니다.

 

빨라 가버리는 봄꽃이 아쉬워서일까요

대웅보전 앞에는 연등도 꽃이 되어 가지에 매달려 있습니다. ㅎ

 

아마도 석가탄신일은 준비하며 매달아 놓은 연등인것 같은데

다른 사찰에서는 보지 못했던 색다른 풍경입니다.

 

봄의 정취를 더 느끼기 위해 물가쪽으로 나서봅니다.

 

연두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나무들을 만나니

저도 저 물에 비치는 그림자처럼 연두빛이 되어 잔잔하게 스며들고 싶네요.

 

편안한 길을 따라 걷다보니 한국문화연수원 입구에 도착합니다.

한국문화연수원은 조계종의 교육연수시설이라고 합니다.

 

당초 연수원내 전통 찻집인 '솔향기'에서 차를 마시려고 했는데 내부 공사중인지라

대신 매점이 있어서 함께 하신 분들과 연수원 앞 정자에서

시원한 아이스크림 먹으며 잠시 쉬다가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갑니다.

 

이름없는 언덕에 기대어 한 세월 살았네

한 해에 절반쯤은 황량한 풍경과 살았네

꽃은 왔다가 순식간에 가버리고

특별할 게 없는 날이 오래 곁에 있었네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풍경을 견딜 수 있었을까

특별하지 않은 세월을 특별히 사랑하지 않았다면

저렇게 많은 들꽃 중에 한송이 꽃일 뿐인

너를 깊이 사랑하지 않았다면

 

< 도종환 - 풍경 >

 

 

 한송이 꽃이라도 깊이 사랑할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힘든 세상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고 희망이 되나봅니다.

 

다시 마곡사 입구로 돌아왔습니다.

강물에 투영되는 사찰의 풍경이 참 '봄'스럽습니다.

어쩌면 이 풍경 속에 춘마곡의 깊은 느낌이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닐지요.

 

당초 날이 흐리고 황사까지 있어서 시야까지 그리 편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늑한 정취는 사방에 가득합니다.

 

마곡사 오층석탑과 대광보전 그리고 대웅보전 등 3개의 보물이

한눈에 펼쳐지는 모습을 보니 천년 사찰로써의 깊이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형형색색으로 단장한 연등 터널을 지나 다시 해탈문을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바로 나가기가 아쉬워서 꽃길을 따라 백련암쪽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마곡사 백련암은 백범 김구 선생이 출가하여 은거 수도 생활을 하신 곳이지요.

 

뒷뜰에 피어있는 노란 수선화 꽃이 환한 얼굴로 피어있습니다.

그나저나 사찰에서 수선화 꽃을 볼 생각을 하지 못해서인지 더더욱 반가운 마음이네요.

 

마곡사의 명물인 멋진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걸으니

온 몸에 소나무 향기가 가득 스며드는 기분이 듭니다.

마곡사의 소나무 숲길이 아산 봉곡사의 천년 숲길을 많이 닮은것 같네요.

(아산 천년의 숲길 - 천년비손길 및 봉곡사 솔바람길을 따라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14)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송이가 피었습니다.

지구 한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모통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 나태주 - 시 >

 

 무언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애모하는 일은

어쩌면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소중한 의미는 아닐지요.

저도 이 아름다운 봄날에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