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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하동 악양 토지길 - 최참판댁과 부부송 그리고 섬진강

by 마음풍경 2014. 9. 3.

 

하동 악양 토지길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하동 악양은 슬로시티로 지정된 마을로

아늑하고 넉넉한 평사리 평야지대 너머 섬진강이 흐르며

특히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인 토지의 무대가 된

최참판댁과 평사리 들판의 부부 소나무의 풍경은

문학의 흔적뿐만 아니라 평화롭고

여유로운 마음 또한 가득해지는 곳입니다.

 

 

지난 봄 광양 매화 마을을 가면서

악양 최참판댁을 들리지 않고 그냥 지나갔었는데

여름의 끝 자락에 이곳을 찾아봅니다.

(광양 매화마을 꽃길 - 매화 향기 가득한 청매실농원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02)

 

하긴 이곳은 4년전 벚꽃이 만발한 봄에

박경리 토지길을 걷기위해 한번 온적이 있었네요.

(박경리 토지길(1) - 악양 최참판댁과 화개장터를 이어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49)

 

그래서인지 이곳의 초가집 풍경 들도 눈에 익숙하고

그때 이 길을 걸었던 추억도 눈앞에 떠오릅니다.

 

그나저나 벌써 만 4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으니

세상 사는 일이 흘러가는 구름과

같다는 생각만 자주 하게 됩니다.

 

흐르는 강물을 되돌릴 수 없고

흘러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듯이

그저 남은 세월 흐르는 강물에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 듯 살아야 하겠지요.

 

과거에 왔을 때는 보지못했던 북 카페도 생겼습니다.

 

이제 초가집들을 지나 이곳 건물들 중

유일한 기와집인 최참판댁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이곳은 당초 드라마 토지의 촬영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소설처럼 실제 사람들이

살았던 건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요.

 

과거에는 없었던 최참판 동상도 입구에 설치가 되어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최참판댁을 구경하기위해 옆문으로 들어섭니다.

 

옆문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 건물은 별당으로

보통 별당아씨라는 이름처럼 토지의 주인공인

서희가 기거했던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작은 연못도 있고

다른 건물에 비해 정갈하면서도 예쁜 모습이네요.

 

장독대와 주렁 주렁 매달린 감의 모습도

참 오랜만에 만나보는 정겨운 풍경입니다.

저도 나중에 집을 짓고 살면 조그마한 장독대도

만들고 그 옆에 감나무도 심고 싶습니다.

 

악양에는 대봉감이 유명하고

가을에 대봉감 축제도 열립니다.

물론 이 감은 납작한 모습을 보니

대봉감은 아니고 단감이네요. ㅎ

 

별당을 지나 안채로 들어섭니다.

건물이 촬영 세트장이라기 보다는

실제 사람이 사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그리고 이곳 건물중 가장 멋지고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사랑채가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한옥에서 누마루를 가장 좋아합니다.

하여 나중에 집을 짓을 때 비록 한옥은 짓지 못하더라도

누마루 기능이 있는 형태로는 지을 생각입니다.

 

누마루에 올라서니 악양 평사리 들판과 함께

섬진강의 모습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물론 들판 한 가운데 서있는 부

부송의 모습도 빠질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박경리 선생의 묘가 있는

통영의 박경리 공원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과 묘하게 닮은 것 같고요.

(통영 박경리 공원 길 - 박경리 선생 묘소를 찾아서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92)

 

기둥 사이로 펼쳐지는 모습이 마치 액자 속에 담긴

아름다운 풍경화와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사랑채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선비께서 글을 읽고 계시네요.

 

사랑채 앞 마당으로 나서니 하늘의 구름이 황홀하고 시원하게 펼쳐지네요.

 

잠시 툇마루에 앉아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친구하며

한옥의 정갈함과 여유로움에 잠시 빠져봅니다.

 

참 오랜만에 다듬잇돌 방망이도 두들겨 보고요. ㅎ

어릴적 어머니께서 두들기던 정겹기만 한

다듬잇돌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비록 큰 흥행은 하지 못햇지만

이곳이 군도의 촬영지 중 하나인가 봅니다.

개인적으로 무거운 주제를 너무 가볍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입니다.

그냥 묵직하게 만들었으면 많은 흥행이 되었을텐데요.

 

툇마루에 걸터앉아 바라보는 평사리 들판의 풍경은

정말 편하고 아늑합니다.

 

평사리가 위치한 악양은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중국 후남성의 악양을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최참판댁 대문을 빠져나와 초가지붕너머

펼쳐지는 넉넉한 능선을 바라봅니다.

과거에 저 산자락에 둥지를 틀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생각은 지금도 진행형이고

나중에 인연이 있다면 그리 되겠지요.

 

4년전에 왔을 때는 이곳이 슬로시티는 아니었는데

2012년에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지정이 되었고

차 재배지가 있는 곳이 슬로시티로

지정된 것은 악양이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슬로시티의 상징인 달팽이 그림을 보니

과거에 청산도부터 담양 창평 삼지내 마을 등

여러 슬로시티 마을을 찾아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도 나네요.

(담양 창평 삼지내 마을길 - 고택과 돌담이 이어지는 슬로시티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31)

 

이제 다시 최참판댁 건물들을

빠져나와 부부송을 만나러 갑니다.

그나저나 과거에는 입구에 상점들이

없었는데 길가에 상당히 많은 가게가 생겼네요.

 

시원한 하늘과 멋진 자연이 펼쳐지는 평사리 들판으로 나서봅니다.

 

너른 들판 한가운데 우뚝하게 서있는 부부 소나무의 풍경이

이곳의 가장 멋진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겠지요.

 

토지에 나오는 두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길상'송과 '서희'송이라고도 합니다.

 

최참판댁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뿐만 아니라

평사리 들판에서 바라보는 최참판댁과

그뒤로 넉넉하게 펼쳐지는 형제봉 능선의 모습도 참 좋습니다.

 

형제봉의 철쭉 풍경이 유명한데

이상하게도 이곳 산에 오를 기회가 지금까지 없었네요.

내년 봄에는 형제봉 능선에 서서 철쭉 너머

바라보이는 평사리 들판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습니다.

 

들판 길을 따라 이리저리 부부송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보는 위치에 따라 주변 들판의 풍경이

달라서인지 부부송의 느낌도 달리보이는 것 같네요.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누군가 의지할 인연이 있다면

평생을 함께해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주변 들판이 누렇게 변해가는 늦가을

새벽의 풍경을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섬진강에는 새벽 안개의

황홀함이 있다면 더더욱 좋겠지요.

(섬진강 새벽 안개와 이른 벚꽃 풍경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68)

 

평사리 들판에는 동정호가 있고

그 옆으로 악양루라는 누각이 있는데

악양루에서 바라보면 이곳 부부송이 하나의 나무로

보인다고 해서 다시 발걸음을 그곳으로 향합니다.

 

지난 봄 완도 국제해조류 박람회 구경을

갔을 때 느린 우체통을 본적이 있었는데

이곳에는 고정적으로 설치가 되어있습니다.

(완도 국제 해조류 박람회 - 해조류의 현재와 미래를 만나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10)

 

나무 데크 길을 따라 걷다가 악양루에 올라가 봅니다.

 

누각에 오르니 깨끗하게 단장이 된 동정호의 풍경과

그 뒤로 넉넉한 느낌의 구재봉이 편안하게 다가오네요.

 

신기하게도 정말 이곳에서 보니 부부송이 하나의 나무로 보입니다.

망원 렌즈를 가져왔으면 더 생생한 모습을 닮았을텐데 조금은 아쉽네요.

 

쓸쓸한 날엔 벌판으로 나가자

아주 쓸쓸한 날엔 벌판을 넘어서 강변까지 나가자

갈잎은 바람에 쑥대멀리 날리고 강물을 거슬러
조그만 물고기떼 헤엄치고 있을게다 헤엄치고 있을게다

 

 

버려진 아름다움이 몸을 부벼 외로이 모여 있는곳
아직 채 눈물 그치지 않거든
벌판을 넘어서 강변까지 나가자

 

 

너무나 아름다운 하늘과 시원한 들판을 바라보고 있으니

가수 조동진의 '어떤 날' 노래가 중얼거려지고

이 멋진 길을 따라 무작정 길을 걷고 싶어집니다.

이처럼 정말 좋은 길은 오랜만에 걸어도 엊그제 걸었던 길인것 같고

엊그제 걸었던 길일지라도 오래 오래된

추억이 가득 담겨있는 느낌이 듭니다.

이처럼 좋은 길 오래 오래 아껴 걷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