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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계룡산 신원사 계곡길 - 관음봉과 연천봉을 이어걷다.

by 마음풍경 2017. 8. 4.



계룡산 신원사 계곡길



충남 공주시 계룡면 양화리



신원사 주차장 ~ 신원사 ~ 고왕암 ~ 관음봉 ~ 연천봉 ~ 등운암 ~ 신원사 ~ 주차장

(약 8.5km, 5시간 소요, 휴식 및 점심 포함)




신원사는 동학사 갑사와 함께 계룡산의 3대 사찰이지만

대전에서 볼 때 계룡산 너머 가장 먼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동학사나 갑사에 비해 발걸음은 뜸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신원사에 마지막으로 왔던 것이 언제인지 찾아보니

오래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갔다.

(계룡산 우중 산행길 - 신원사에서 동학사까지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233)


아담한 느낌의 경내 모습도 예전 그대로 인것 같고

은은하게 들리는 불경 소리도 변함은 없다.


과거 여름에 왔을 때도 붉은 배롱나무 꽃이 가득했는데

오늘도 역시 환한 얼굴도 반겨준다.

다만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대웅전 왼편에 있던 하얀색의 배롱나무는

주변 시설로 인해 꽃이 풍성하지 않고 상한 모습이 조금 안타깝다.


신원사 대웅전 경내 포토존에서 남동쪽 방면을 바라보면

산 능선이 누워있는 부처인 와불처럼 보인다.


그리고 본격적인 산행을 하기전에 잠시 산신각인 중악단에 들러본다. 

오늘도 사람들이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한 기도를 하고 있고.

그나저나 기도를 통해 모두 소망을 이룰 수 있다면 진정 미륵 세상은 도래하는 것일까.


중악단 너머 고개를 내밀고 있는 계룡산 천황봉의 모습이 왠지 이채롭다.


중악단 경내를 나와 편안한 숲길을 걷다가

고왕암 방향으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나중에 내려올 때는 왼편 등운암 방향이다.


조금은 가파른 돌길로 이어진 길이지만 

계곡 물소리와 함께 하니 더위도 누그러 지는 것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제대로 해보는 산행이라 몸은 천근 만근이다.

과거 산행 기록을 보면 이 코스를 따라 쉽게 연천봉에 올랐다고 되어 있는데
이제는 흘러간 세월만큼 몸도 늙었다 보다. ㅋ


고왕암에 도착해서 잠시 숨도 돌려본다.

신원사는 새로운 건물도 많이 생겨서 조금은 어수선하던데

이곳은 변함없이 예전 모습 그대로여서 더욱 반갑게만 느껴진다.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을 추억하며 이름 지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계룡산에 있는 여러 암자 중 가장 마음이 가는 곳이다.


고왕암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다시 가파른 산길을 이어 걷는다.

아무래도 기온과 습도가 높아서 땀이 몸 전체에 흥건하다.


그리고 연천봉 고개로 이어지는 계곡 길의 마지막에서 멋진 폭포를 만난다.


골을 따라 시원한 바람도 불고 계곡의 폭포 소리도 가득하니 

더운 여름이지만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다.

그냥 이곳에 머물다가 내려가고픈 유혹도 생기고. ㅎ


그래도 아직 산행하면 봉우리를 올라야한다는 본능이 남아있어서 

연천본 고개를 향해 저절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이곳 연천봉 고개에서 관음봉을 갔다가 다시 되돌아와 연천봉으로 향하려 한다.


연천봉 고개에서 관음봉을 가는 길은 문필봉을 오르지 않고 우회를 하기에

조금 전 산행에 비하면 무척이나 편안하다.

물론 문필봉은 합법적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자연 훼손만 크게 없다면 그 길도 안전 시설을 해서 개방을 하면 좋겠다.

안그래도 계룡산은 정상도 오를 수 없고 갈 수 없는 곳이 무척 않고

또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가고 있기에..


여튼 풀속에 조용히 숨어 자라고 있는 작은 꽃들도 눈에 소중하게 들어오고.


또 여름 산행에서 가장 반갑게 만나는 노란 원추리꽃도 새삼 반갑다.

여느 노래 가사에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이럴 떄는 사람보다 꽃이 더 아름답지 않은가..


저절로 떠오르는 노래도 흥얼거리며 걷다보니 

푸른 하늘이 시원한 배경이 되는 관음봉 정상에 도착한다. 


새롭게 설치된 정상석 주변 데크에서 바라보니 천황봉의 모습이 한결 여유롭게 다가온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오른 2015년 1월에는 데크가 없었다.

(계룡산 조망길 - 2015년 새해 첫걸음을 하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74)


그나저나 과거 관음봉의 높이는 816m인데 현재는 766m로 변경이 되었다.

하여 계룡산 삼불봉의 높이가 775m이니 합법적인 출입 구간에서 만날 수 있는 

계룡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의 지위를 아쉽게도 내어주게 된 것 같다.


하긴 산을 올라 높이를 따지는 것이 정말 하찮은 일이라는 것을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자연성릉의 풍경을 담은 이 한장의 사진이 설명해준다.

산은 높이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조망으로 봐야하는 것 아닐까.


계룡산 천황봉을 바라보면 늘 가지못함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고

또 언젠가 합법적으로 갈 수 있으리라는 소망도 중첩이 된다.

국립공원 중에서 정상을 오르지 못하는 산이 이곳 계롱산과 무등산뿐인데

언제쯤 두 봉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을지..


그래도 천황봉 능선 못지않게 

그 아래로 펼쳐지는 골의 느낌도 참 장대하고 아늑하다.

날개가 있다면 저 아래를 향해 자유롭게 나르고도 싶고.


관음봉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하고 다시 연천봉을 오르기 위해 되돌아간다. 


연천봉 고개에는 등운암에 대한 전설이 설명이 되어 있다.

하긴 이처럼 높은 곳에 암자가 있으니 그에 맞는 사연은 있겠지.


생각해보니 연천봉을 오르는 것은 오늘이 처음으로

과거에 연천봉 고개에서 관음봉이나 갑사로만 갔지

이곳을 가보지는 못했던것 같다.


아~ 연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천황봉의 모습은 정말 최고였다.

계룡산 정상은 대전 방향이 아니라 반대편인 이곳에서 바라봐야

가장 멋지고 웅장한 조망을 보여준다.


발아래로는 등운암이 있어서 계룡산 천황봉과 암자 그리고 

연천봉이 마치 하나의 풍경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연천봉 정상에는 "방백마각 구혹화생"이라는 글자가 새겨져있다.

이곳에서 멀지않은 향적산에도 이색적인 글자들을 만날 수 있는데

계룡산하면 굿당과 풍수설이 떠오르기에 이러한 흔적들을 자주 접한다.

(계룡 향적산 국사봉 능선길 - 계룡산 속살이 보이는 조망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2296687)


글자를 풀이하면 조선은 개국 482년만에 망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하는데

실제 조선의 역사는 518년(1392~1910)으로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지는 않으니 

이곳의 예언은 맞는다고 해야할지...


연천봉을 내려와서 그 자락에 자리한 등운암으로 발걸음을 한다.

등운암은 계룡산 암자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서인지 주변 조망도 빼어나다.


등운암 경내에 잠시 머물다가 이제 보광암을 향해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한다.

내려갈 때는 능선을 따라 가기에 계곡길보다는 조금 더 수월하고. 


또한 하산 길에 정상이 한눈에 펼쳐지는 조망터가 자주 있어서

내려서는 발걸음이 한결 편안하다.


오똑한 봉우리 너머로 펼쳐지는 계룡저수지의 모습도 참 아스라하고.


도한 조망 쉼터도 있어서 앞서 걸었던 계곡길을 걷는 느낌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풍경과 함께 한다.


처음 걷는 길이라 그런지 과거 계룡산 산행의 익숙함과는 다르게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은 다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다.


이제 산길을 벗어나 아늑한 숲길로 접어드는데

계룡산에서는 보기 드문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 마음을 사로잡고.


그리고 소나무 숲을 빠져나오자 보광원(보광암)을 만난다. 


붉은 배롱나무 꽃너머로 펼쳐지는 계룡산 능선의 모습도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이제 보광암을 지나 더운 몸도 식힐 겸 신원사 계곡에 잠시 머물른다.


갑사나 동학사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계곡이지만

수량도 많고 제법 높은 곳까지 계곡물을 만날 수가 있어서 

여름 산행 겸 피서로는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계곡의 물소리와 청아한 새소리만이 가득한 숲은

나무 사이로 비추이는 햇살마저도 참 감미롭다.


신원사길은 시원한 계곡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쉬기도 좋고

편안한 숲길을 걷으면 마음도 참 가벼워진다.

산행을 해도좋고 아니면 계곡에 머물러도 좋으니

이만하면 참 멋진 피서지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