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역사,사찰

통영 박경리 공원길 - 박경리 기념관과 묘소를 찾다.

by 마음풍경 2015. 3. 29.

 

통영 박경리 공원길

 

 

경남 통영시 산양읍

 

 

박경리 공원은 통영이 고향인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묘가 자리한 곳으로

시비가 있는 고운 산책길을 따라 시비가 전시되어 있으며

또한 공원 입구에는 선생의 문학 세계에 대한 이해 및

육필 원고 등이 전시가 되어있는 박경리 기념관이 있습니다.

 

 

 

박경리 선생이 세상을 뜨신 해가 2008년 5월이었고

1년이 지난 2009년 5월에 박경리 선생의 묘가 있는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박경리 기념관은 없었고 묘가 있는 공원만 조성이 되어 있었지요.

(통영 박경리 공원 길 - 박경리 선생 묘소를 찾아서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92)

 

기념관은 주차장이 있는 박경리 공원 입구에 위치하고 있어서

먼저 기념관으로 들어가봅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대하소설 토지를 비롯해서

수많은 작품을 남기신 선생의 이력이 자세하게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1926-2008이라는 숫자를 보니

일제시대부터 6.25 등 격변의 시대를 사신 분이시네요.

 

살아계실 때 마지막 인터뷰에서 남기신 말씀이라고 하는데

기념관에 전시된 여러 글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는 내용입니다.

저도 늘 자연과 벗하며 자연을 만나러 다니는 일이 일상이 되어서인지

자연과 자연이 합쳐서 살아야 한다는 말에 무척이나 공감이 됩니다.

 

이곳은 선생이 원주에 계실 떄 집필 장소를 그대로 재현을 해놓았다고 합니다.

조금은 옛스러우면서도 정갈한 느낌이 드네요.

원주에 박경리 문학공원이 있다고 하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가봐야 겠습니다.

 

소설 '토지'는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과 함께 한국 근대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라 할  수 있지요.

저도 박경리 토지길 및 최참판댁 등 소설 토지와 맺은 인연이 상당합니다.

(하동 악양 토지길 - 최참판댁과 부부송 그리고 섬진강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33)

(박경리 토지길(1) - 악양 최참판댁과 화개장터를 이어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49)

(박경리 토지길(2) - 눈꽃 핀 쌍계사 십리 벚꽃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50)

 

지금은 대부분 컴퓨터로 글을 쓰지만 빛바랜 육필 원고를 보니

학생 때 원고지에 교정을 해가면서 글을 썼던 기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숙제도 200자 원고지 몇장이라고 해서 그것을 채우느라 끙끙대던 생각도 나고요. ㅎ

 

이곳 기념관은 박경리 선생의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느낄  수 있고

또 전시된 내용 하나 하나가 다 정감이 갑니다.

 

6년전에 왔을 때는 '우주 만상 속의 당신'이라는 시가 인상적이었는데

오늘은 이 글이 가슴에 와닿아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려 봅니다.

 

'김약국의 딸들'은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소설로

이곳 통영이 무대가 되다보니 그 당시의 모습을 미니어처로 세밀하게 재현을 해놓았습니다.

 

이제 박경리 기념관을 구경하고 나서 박경리 묘소가 있는 공원으로 향합니다.

 

들어서는 입구에 작은 공원도 조성이 되어있고

정말 6년전 왔을 때와 비교하면 참 많이 변했습니다.

 

기념관에서 나무 데크길을 따라 미륵산을 바라보며 길을 걷습니다.

오전에 미륵산을 올라 이곳을 바라보았는데 이제는 반대가 되었네요.

(통영 미래사 편백나무길 - 편백숲을 따라 미륵산을 오르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90)

 

농장 길을 지나 공원 입구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예전 모습 그대로이지만 주변 조경은 시간이 흘러서 인지 더욱 자연스러운 느낌이네요.

 

곱게 핀 노란 수선화가 다시 와서 반갑다고 인사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3월의 탄생화가 수선화인데 지금이 딱 그 시기네요.

 

길가에 전시되어 있는 시를 읽어가며 조용하게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통영의 신천리 앞 바다가 아늑하게 바라보이는 풍경은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의자도 과거에 비해 많이 세련된 의자로 변경이 되었네요.

 

주변에 꽃만 피지 않았지 팔각정 정자도 예전 모습 그대로고요.

 

정자를 지나 박경리 선생의 묘소 앞으로 가봅니다.

 

과거에는 비석옆에 이름이 새겨진 다른 비석이 있었고 주변이 꽃들로 장식이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다 없어지고 누군가 얹어 놓은 진달래 꽃만이 있습니다.

 

묘를 등지고 바다를 향해 서있으니 과거에 왔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이곳은 죽은자와 산자 모두에게 참 편하고 아늑한 장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은

가장 순수하고 밀도 짙은

연민이에요

연민

불쌍한 것에 대한 연민

허덕이고 못먹는 것에 대한 설명없는 아픔

그것에 대해서

아파하는 마음이

가장 숭고한

사랑입니다.

사랑이 우리에게 있다면

길러주는 사랑을 하세요.

 

<박경리 - 생명의 아픔>

 

조금 전 전시관에서 읽어보았던 글을 다시 적어봅니다.

'사랑과 연민'은 세상을 바라보고 늘 느끼며 살아야하는 지침은 아닐까 하네요.

오랜만에 다시 찾아왔지만 여전히 마음이 참 편해지는 좋은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