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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부여 부소산성 역사길 - 낙화암과 고란사를 찾다.

by 마음풍경 2015. 6. 14.

 

부여 부소산성 역사길

 

 

충남 부여군 부여읍 쌍복리

 

 

부소산성 정문 ~ 삼충사 ~ 영일루 ~ 군창지 ~ 반월루 ~ 수혈거주지 ~

 광장 ~ 태자골 ~ 궁녀사 ~ 광장 ~ 사자루 ~ 낙화암(백화정) ~ 고란사 ~ 정문

(약 6km, 2시간 소요)

 

 

충남 부여의 부소산성은 백제 사비시대의 도성이자 산성으로

백제 역사의 마지막을 함께한 유명한 낙화암과 고란사 등이 있고

소나무 및 단풍나무가 울창한 아늑한 숲길이 이어져 있어서

역사의 흔적을 찾는 의미뿐만 아니라 숲 산책으로도 참 좋은 곳입니다.

 

 

낙화암이 있는 부소산성을 찾아본 것이 20년이 넘은 것 같은데

여름의 초입에서 문득 부소산성 숲이 떠올라 불쑥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부소산성은 공주의 공산성과 함께 백제시대의 대표적인 산성이자

백제의 수도가 있던 도성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공주 공산성 성벽 길 - 금강을 조망하며 걷는 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238)

 

부소산성 정문을 지나 오른편 길로 들어서니

청아한 새소리가 반겨주는 아늑한 숲길을 만납니다.

돌 벽돌로 이어진 길이 무척이나 이색적이네요.

 

초록 숲의 진한 그늘을 따라 걷다보니 삼충사 입구에 도착합니다.

 

삼충사는 백제의 충신인 성충, 흥수, 그리고 계백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1957년에 세운 사당이라고 합니다.

 

세 충신 모두가 백제 의자왕 시절

백제의 멸망을 막기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입니다.

 

특히 계백장군은 황산벌 전투에서 장렬하게 죽은 유명한 장군으로

작년에 다녀온 논산 백제군사박물관의 계백장군 묘가 떠오네요.

(논산 백제군사박물관 역사길 - 계백장군의 묘를 찾아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61)

 

삼충사를 나와서 다시 울창한 숲길을 이어갑니다.

다람쥐들도 길을 따라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고

바람에 실려 불어오는 숲의 향기도 무척이나 달콤하네요.

 

물론 이길도 최근 유행처럼 사비길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사비길은 부여의 역사적 명소를 이어걷는 길로

저도 기회가 되면 전 구간을 걸어봐야 겠습니다.

 

황토길이면 더욱 좋았을텐데 포장길인 것이 조금은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만한 아늑한 숲길을 찾아 걷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물론 포장길 옆으로 산성을 구성하는 매력적인 흙길이 함께 이어지기에

다음번에 다시 찾는다면 이 흙길을 따라 걸어봐야 겠네요.

 

계룡산의 연천봉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던 곳이라는 영일루에 도착합니다.

 

물론 지금은 크게 자란 나무에 가려서 연천봉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가 않네요.

 

1915년에 불에 탄 쌀, 보리 등이 발견이 된 군창지도 지납니다.

백제 시대에 군량미를 비축해 두었던 창고터이고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과 그 흔적들도 구경하며

이처럼 아늑하고 조용한 숲길을 걷는 재미가 아주 좋습니다.

 

이번에는 백제의 군사들이 머물던 병영터인 수혈건물지 자료관으로 들어섭니다.

부소산성 내의 유일한 현대식 건물이네요.

 

건물 내부로 들어서니 초가 지붕을 한 수혈 건물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수혈은 아래로 곧게 파내려 간 구멍이나 구덩이로 수혈 건물은 반지하식 움집을 말합니다.

 

초가지붕 아래쪽으로 반지하 형태로 땅을 파서 살았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지하 내부에는 계단, 구들, 침상 등의 흔적들도 볼 수가 있고요.

 

움막 옆으로는 땅을 파서 물건을 저장한

지하 창고 형태의 모습도 만날 수가 있습니다.

 

수혈건물지를 나와 조금 더 숲길을 걸으니

처음으로 조망이 탁트인 풍경과 함께 멋진 누각인 반월루를 만납니다.

 

반월루에서는 부여 시가지와 백마강의 모습을 동시에 조망할 수가 있지요.

 

다만 오늘은 옅은 안개가 끼여서 선명한 조망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불어오는 바람만으로도 참 시원했습니다.

 

반월루 누각을 내려와 부소산성 광장에서 태자골 숲길을 잠시 걸어봅니다.

옛 백제 왕자들의 산책로인 태자골 숲길은

군창지 입구에서 수혈주거지와 반월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부소산성 광장으로 이어지는 다른 길입니다.

 

특히 이곳 숲길은 애기단풍나무로 터널을 이루는 곳으로

늦 가을에 단풍 터널이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하네요.

 

물론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는 초록의 푸르름도 단풍 못지않는

시원함과 아름다운 정취를 선사합니다.

 

그리고 태자골 숲길에는 낙화암에서 몸을 던졌다는 전설의

백제 궁녀를 모신 사당인 궁녀사가 있습니다.

 

사비성이 함락이 되던 날 낙화암에 꽃처럼 떨어진

궁녀들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1965년에 세운 사당입니다.

물론 3천 궁녀라는 잘못 만들어진 이야기로 인해

그녀들의 충절이 왜곡이 된 측면도 있지요.

 

궁녀사를 나와 다시 부소산성 광장으로 돌아와

부소산성에서 가장 유명한 낙화암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가는 길에 부소산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자루(사비루)를 먼저 들러봅니다.

이곳 사자루의 현판은 의친왕 이강의 글씨라고 하네요.

 

백마장강이라는 현판처럼 백마강이 가장 멋지게 조망이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나무에 가려 아주 시원한 조망을 볼 수는 없지만

아늑하게 흐르는 강의 정취는 만날 수가 있습니다.

 

물론 백마강의 본래 이름은 금강으로

이곳 부여를 흐르는 금강을 백마강으로 부르고요.

이천을 흐르는 남한강을 여강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겠지요.

 

사자루를 되돌아 나와 다시 조용한 숲길을 지나갑니다.

이처럼 아늑한 숲에서 마음이 편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네요.

 

삼천궁녀의 전설이 있는 낙화암에 도착했습니다.

낙화암위로는 백화정이라는 이름의 정자가 있고요.

 

물론 이곳 정자에서도 나무에 가려 백마강의 전경을 시원하게 만날 수는 없습니다.

 

하여 나무계단을 따라 아래 조망처로 내려섭니다.

 

조망처에서는 유유하게 흘러가는 백마강의 정취를 편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곳을 오는 길 입구에 있던 시비에 적힌 시가 생각이 나네요.

 

백제 신민의 눈물 수건을 흠뻑 적셨지만

당당하고 충성스런 이 몇이나 될까?

만약 당시에 낙화암이 없었더라면

옛 나라 강산은 쓸쓸한 봄이겠지

 

<낙화암 - 작자 미상>

 

 

올해는 가뭄이 심해서인지 강물의 색도 그리 깨끗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과거 익산 성당포구에서 본 녹차라테와 같은 모습은 되지 말아야 할텐데요.

(익산 성당포구 마을길 - 금강변 포구마을의 정취를 따라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43)

 

낙화암을 구경했다면 아래쪽에 위치한 고란사도 함께 들러 보아야겠지요.

 

고란사는 지붕 개량 공사로 어수선한 모습이었지만

과거 이곳을 찾아왔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한 추억으로 남아있네요.

 

대웅전 뒤편으로는 고란약수가 나오는 고란정이 있습니다.

 

물론 고란사는 고란초라는 식물로도 유명한 곳으로

고란사 뒤의 절벽바위에서 자라기 때문에 고란초라는 이름을 얻게되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리지고 없고 아주 일부만 다른 풀 사이에

아주 작게 자라고 있어서 정확하게 찾아 보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고란사를 구경하고 다시 내려왔던 돌계단을 따라 올라갑니다.

역사란 승리한 자의 전유물이라는 말을 낙화암에 와서 새삼 느껴봅니다.

그래도 백제의 정신은 끊어지지 않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겠지요.

과거 다녀온 백제 부흥운동의 정신이 담긴 곳들도 새삼 떠오릅니다.

(연기 운주산성 길 - 백제 부흥군의 최후 항전지를 찾아서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85)

(예산 봉수산 임존산성 길 - 예당 저수지의 시원한 조망처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27)

 

오르는 계단길에서 오랜만에 이곳 돌계단을 쓰는 빗자루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어린시절에 마당을 쓰는 일이 귀찮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 시절의 아스라한 추억이 새삼 그립기만하네요. ㅎ

빗자루를 보며 나를 더렵혀서 남을 깨끗하게 하는

수오공덕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오랜만에 희미해진 추억들을 떠올리며

걷는 숲길이 참 아늑하고 행복하기만 합니다.

 

삶도 어찌보면 되돌아 갈 수 없는 시간이라는 길이 아닐까요.

그 시간의 길은 언제가는 끝이 나겠지만

이제 내 삶의 남은 길이 이처럼 평화롭고 아늑하기만 했으면 소망해 봅니다.

 

부소산성의 이곳 저곳을 구경하고 다시 정문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약 2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참 많은 것을 만날 수 있었네요.

올 가을이나 내년 가을쯤 단풍이 물드는 늦가을에 꼭 다시 찾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