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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지리산둘레길 21구간 - 산동에서 주천까지

by 마음풍경 2019. 6. 24.



지리산 둘레길 21구간

(산동에서 주천까지)



산동면 ~ 현천마을 ~ 계척마을 ~

편백숲 ~ 밤재 ~ 주천면

(약 16km, 5시간 30분 소요)




지리산 둘레길과의 첫인연은

2008년 11월 매동마을에서 시작했는데

약 11년만에 산동면에서 마지막 구간을 걷게 된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03)


물론 지리산둘레길 전구간을

다 이어오지는 못했지만

처음과 끝을 잇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적지 않으리라.


시골에는 도시와는 또 다른

시골만의 세련미가

골목마다 가득하다.


물론 길가에 펼쳐지는

자연의 정취는 늘 가슴을

미친듯이 설레게 하고.


둘레길은 산수유마을로 유명한

현천마을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산수유 마을하면

산동마을만 알려졌는데

개인적으로는 현천마을의

산수유 풍경이 더 나은 것 같다.


자연은 모든게 풍요롭다.


당연히 자연의 품속에

사는 모습 또한 평화롭고.


노란 산수유로 가득한

현천마을을 찾은지도 만 9년이 넘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86)


노란색으로 저수지를 물들이던

풍경도 기억속에 아스라하고.


자연과 벗하고 있으면

지루함보다는 익숙함이

나태함보다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어쩌면 나도 이제 자연과

동화가 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한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이지만

익숙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니..


길은 현천마을을 지나

연관마을로 이어진다.


지리산 둘레길이 아니었으면

연관마을을 알지도 못했을 터이고.


다만 쓸쓸함으로 가득한

농촌의 현실에 늘 마음이 아프다.


마치 어릴적 행복했던 추억이

사라져가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라 할까.


그래도 마을을 이어주는

숲길은 참 평화롭다.


그 길을 앞서 걷는 사람의

뒷모습 또한 참 곱고.


자연의 길을 걷는

사람의 뒷모습은

그 자체로 풍경이 된다.


사람사이에는 고독한 섬이 있지만

자연속에서는 고운 풍경이 된다.


이제 산수유 시목이 있는

계척마을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당초 비가 온다는 소식에

희미한 안개속만 거닐줄

알았는데 다행히 흐린 날에도

주변 풍광은 선명하다.



가는길에 멋진 꽃을 만났는데

이를 재배하는 주민분이

코끼리마늘이라는

토종 마늘꽃이라고 한다.


당초 우리나라 토종인데 사라졌다가

6.25전쟁때 종자를 가져갔던 미국이

우리나라에 유전자 정보를 

반환했다고 하고.


시골마을 담장에

무당벌레가 매달려 있는 것은

무슨 연유인지.. ㅎ


참 다양한 표정의 풍경이

걷는 길이 가득 담겨있다.


오랜만에 만나본 산수유 시목나무는

키보다는 몸집이 커진 것 같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57)


길가에 피어있는 능소화가

산수유를 대신해서 피어있고.


계척마을을 지나

길은 다시 산으로 이어진다.


지리산 둘레길에는

매력적인 길이 참 많은데

오늘 걷는 길에도

아껴 걷고픈 길들이 가득하다.



더운 햇살을 피해 걷는

숲길도 많아 걷기에도 상쾌하고.


온몸을 감싸는 숲향기는

향기로움을 넘어서서

황홀할 따름이다.


이제부터 산수림 편백숲길이 이어진다.


오래전에 이 편백숲길을 걸으며

나중에 지리산둘레길 마지막 구간을

걸을 때 다시 찾고자 했는데

오늘에야 그 약속을 지킨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87)


편백숲은 많은 숲중에도

가장 으뜸이 아닐까 한다.


물론 피톤치트가 많아

건강에도 좋고

그래서인지 편백숲에 머물고 있으면

몸도 마음도 다 편안해진다.


하여 이곳에서 산악회 회원분들과

맛난 점심도 함께 하면서

숲에서의 여유로움도 즐겨본다.


한동안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편백숲을 찾아다닌 적도 있었고

만일 자연여행에 대한 책을 낸다면

전국의 편백숲을 안내하는

내용을 담고자 했는데..


편백숲에서 평화로운 휴식을 하고

길은 다시 밤재를 향한다.


가는 길에 운치있는

대나무숲도 지나고.


불어오는 바람에 사그락거리는

대나무 소리가 참 정겹다.


가지고 싶은 것을 하나씩 가지고

가보고 싶은 곳을 한번씩 가보고



가질 수 없는 것을 하나씩 포기하고

그러다 보면 인생은 끝나게 되어 있다는 것.



어쩌면 인생에서 무지개는 허상과 같은 것 아닐까.


하여 지금 이공간, 이순간이

내가 누려야할 행복이다.


인생의 목표가 정상은 아니고

어쩌면 오늘 걸어온 밤재처럼

작은 고갯마루일지도 모르고.



운치있는 밤재를 넘어서면

구례에서 남원으로 접어든다.



임진왜란과 동학혁명 등의

아픈 역사가

담겨있는 고개이기도 하다.


밤재에서 시루봉 능선을 따라

휘돌아 가는 순환길도 있지만

사람이 다니지 않아

풀이 무성하다.



밤재 고개를 넘어서면

편안한 임도길이 이어진다.



구례와 남원을 잇는

국도를 가로지르기도 하고.


지금은 폐허가 된

지리산유스캠프 지역을 지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산길을

휘돌아 넘어간다.


산길을 빠져나오니

저멀리 만복대 능선이

아스라하다.


안용궁마을에 있는

류익경 효자비각도 만난다.


지리산둘레길을 걷다보면

효자비각을 많이 보게된다.


300년된 배롱나무의 운치도 멋지고.


고택도 운치가 스며있다.


이제 완전히 숲은 빠져나와

장안저수지를 끼고 마을로 접어든다.


산과 숲의 자연풍경도 좋지만

그 자락에 기대어 사는

사람의 정취도 포근하다.



속으로 깊어지는 추억의 애틋함은

이제 다시 일상속으로 사라져간다.

자연스럽게..



하지만 기억이 사라진다고 해도

가슴속에 가득한

그리움은 어찌할 것인가.



당분간 그 그리움으로 설레다가

아픔이 다가오면 다시

어머니의 품같은 지리산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어쩌면 그게 인생일지도...



이제 지리산둘레길도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온다.


물론 아직 걷지못한 길이 많이 남아있기에

지리산으로 되돌아 갈 인연은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그대에 대한

두려움을 지울 수 없다.

나는 아직도 그대의 침묵을

품을만한 내안의 간절함을

일구지 못했다.


아직도 그대를 향해서

세번의 절을 하지 못했고

단 하루도 나는

침묵하지 못했다.


곡진한 정성 하나를

아직도 내안에 모시지 못했다.


지리산 시인인 박두규 시인의

글을 마지막으로

지리산둘레길 마지막 구간을

마무리 한다.


늘 기대고픈 지리산에는

삶도 죽음도 그리움도

그 숲길 어딘가에 스며있다.